그에게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인구 구성의 변화는 정치 지형을 흔든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 사회의 인구 구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베이비 부모 세대가 쇠퇴하고 진보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등 비(非) 백인 인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진보 정치인에 대한 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에게 순풍일 것입니다. ‘샌더스 신드롬’의 시발점입니다.

그런데 어딘지 어색합니다. 정치 바람만으로 샌더스 신드롬을 설명하기에는 그의 행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치는 무소속 정치인의 제도권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양당체제이고, 선거할 때 비용도 많이 드는 고비용 선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자를 금기시 하는 정서가 깔려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변방의 가난한 정치인이 정치 바람만 타고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샌더스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를 한 번 알아봅시다.

Gage Skidmore, flickr (CC BY)

샌더스 신드롬이 왜 나타났냐고? 순풍에 돛을 달아서다!

샌더스 신드롬이 나타난 이유는 순풍에 돛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

그 첫 번째 돛이 ‘소득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이는 미국의 기성정치인들이 그동안 대변하지 못했던 불만입니다. 미국은 OECD 34개국 중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해결의 시작은 월가 등 금융기관 개혁인데, 미국 의회가 월가와 로비스트 등의 정치 헌금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은행을 규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여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샌더스가 월가 투기 자본에 세금을 부과해 미국 중산층과 노동계층을 보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기성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불만을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선 셈입니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샌더스의 등 뒤를 밀어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상주의자가 아닌 철저한 현실주의자

물론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가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였다면, 샌더스 신드롬은 금방 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습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던 시기에 연방하원 의원을 지내면서 보수 세력과 손을 맞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재임기간 동안 가장 많은 수정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44년의 정치 인생동안 샌더스는 자신이 말로만 떠드는 이상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그가 맡았던 벌링턴시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됐고, ‘보수의 아성’이었던 버몬트 주는 사회주의자 샌더스의 정치 고향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샌더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샌더스에게 ‘정치적 결과물’이라는 성과가 있어서입니다. 지금 샌더스의 적극적 지지층은 그로부터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부는 바람, 어떤 돛을 달 것인가?

정치 바람이 불어도 아무나 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돛을 제대로 달면 그것은 순풍일 것이고, 반대로 달면 그것은 역풍일 것입니다.

시선을 잠시 한국 사회로 옮겨보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정치 바람은 무엇입니까. 2012년 대선 당시 모든 정당의 후보자들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헬조선’ ‘흙수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득 불평등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우리에게도 미국사회와 비슷한 정치 바람이 부는 셈입니다. 돛을 잘 달면 '한국판 샌더스 신드롬'이 나타나겠지만 잘못 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바람이 붑니다. 20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정치인들은 지금 어떤 바람이 부는 지를 잘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