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분야의 우버”라는 함정

uberrideguide.com

우버식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분야에선 통하지 않는 이유

뉴욕타임스의 <The Uber Model, It Turns Out, Doesn’t Translate>를 번역한 글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어느 대도시를 가더라도 주차 문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1년 반 전 주차대행 서비스 앱 럭스(Luxe)가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주차 지옥에 시달려온 모든 이에게 천국 문이 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럭스가 큰 성공을 거두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차 요원이 와서 차를 가져가 주차합니다. 다시 돌아갈 때도 버튼 하나면 주차 요원이 차를 원하는 곳으로 가져다줍니다.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서비스 같지만, 럭스가 돌아가는 원리를 살펴보면 꼭 그렇게 비싸야만 하는 서비스도 아닙니다. 실제로 주차대행 서비스의 편리함뿐 아니라 시간당 5달러, 하루 최대 15달러를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도 럭스의 장점입니다. 도심에 모인 차들을 빼내어 평소 주차 공간이 남아도는 주차장에 차를 대면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럭스 측은 주장합니다. 어쨌든 확실한 건 럭스는 (돈과 시간을 모두 고려했을 때) 도심에서 가장 싸게 주차하는 방법입니다.

Fa8dd710b9723caa5f29c856ab6aa8f9 1
주차 업계의 우버라는 평을 받았던 럭스

자, 취지는 위와 같습니다. 혹은 럭스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모습은 저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 다릅니다. 럭스는 믿을 만한 서비스라는 평을 못 받고 있고, 가격도 훨씬 더 비싸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제가 주차하는 지역에서 럭스 서비스를 사용하면, 하루 최대 가격이 30달러 정도나 나옵니다. 대신 주차해주는 럭스의 발레 요원에게 서비스가 권장하는 팁까지 주고 나면 근처 주차장에 직접 주차했을 때 내는 하루 최대 요금보다도 더 비싼 값입니다.

럭스는 비즈니스 모델 혹은 주요 고객층이 바뀌었다며 여전히 자신들은 성업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럭스뿐 아니라 음식 배달, 식료품 쇼핑, 주차 등 온갖 분야에서 지난 몇 년간 소비자가 필요할 때 요청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온디맨드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품질 차이가 큰 데다 이제는 결코 싸다고 할 수도 없는 온디맨드 서비스에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연 기업은 뭐니뭐니해도 우버겠죠. 하지만 우버를 제외하면 다른 서비스들은 대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나빠지고 가격이 오르다 보니 고객이 줄어들고, 다른 고객층을 공략하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아 문을 닫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온디맨드 서비스라는 꿈이 산산이 조각나는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꿈이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었습니다. 많은 온디맨드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는 간단히 말해서 “현재 너무나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싼값에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정도입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덕분에 불필요한 절차가 생략돼 그만큼 비용이 줄어들었으니, 사업이 커지면 머지않아 고급 서비스까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그렇게 업계를 장악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럭스를 꽤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럭스를 이용하는 제 모습이 마치 사치재를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럭스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전에 없던 편리함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참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추가 비용을 내야만 이용할 수 있고, 그 추가 비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몇몇 서비스는 자리를 잡아 어엿한 사업체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혁신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원래 좀 더 편리한 서비스에 추가로 돈을 좀 더 내는 건 오래전부터 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였습니다.

많은 온디맨드 서비스가 고전하는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왜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갑자기 온디맨드라는 개념이 등장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바로 우버 때문이죠. ‘우버가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어.’, ‘이 분야에 우버 같은 모델을 도입하는 거야.’ 수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한 결과를 우리는 보고 있는 겁니다. 기업가치 600억 달러를 넘어선 우버의 성공 비결은 성장과 함께 비용과 소비자가 내야 하는 가격을 계속 낮추고 서비스를 끊임없이 확장한 데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의 흐름을 보면 처음에는 ‘고급 승용차를 타는 대신 우버라는 서비스’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택시가 아니라 우버’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차를 살 필요가 있을까? 우버가 있는데?’까지 왔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버의 성공에 고무돼 제2, 제3의 우버를 계속 찾은 것도 온디맨드 열풍을 부추겼습니다. 온디맨드 해운 서비스인 시프(Shyp)에 투자한 회사 홈브루(Homebrew)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헌터 워크(Hunter Walk)는 이 현상이 다소 도식적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낡은 시스템 아래서 굴러가는 업계를 하나 고른 다음 거기에 ‘온디맨드’ 딱지를 붙여봅니다. 그 순간 그 서비스는 “OO라는 분야의 우버”가 되는 겁니다.”

문제는 우버의 성공이 다른 업계에서는 따라 하기 힘든 대단히 특수한 몇몇 요건 덕분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우선 우버는 이미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있던 업계를 공략했습니다. 많은 곳에서 택시는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고 값도 비싸기만 한데 정부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많은 이들의 일상의 중심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목표는 그다지 허황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많은 이들이 매일 차를 탑니다. 지금 타는 차 대신 우버를 타기 시작해 그게 습관이 되면 우버는 거의 영원히 번창하는 셈입니다. 자동차라는 독특한 소비재의 특징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사는 것 가운데 집 다음으로 비싼 것이 자동차인데, 그렇게 사둔 차를 주차장이나 차고에 그냥 세워두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차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도 차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지 않는 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운송 수단으로만 생각해보면 자동차를 사는 것과 우버를 이용하는 것은 효율성, 가격 경쟁에서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택시업계, 자동차 말고 온디맨드 서비스가 뛰어들어 성공할 만한 기회가 또 있을까요? 별로 없을 겁니다. 사람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많지만, 이 가운데 엄청나게 비싸거나 값어치 높은 일은 거의 없습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일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마진이 무척 낮죠.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지도 않고, 이미 가격도 낮아질 대로 낮아진 사업에 투자한 돈은 아마도 회수하기 어려울 거라고 헌터 워크는 말합니다.

반대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돈을 흥청망청 쓰게 된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2년간 온디맨드 서비스는 여기저기서 큰돈을 투자받았습니다. 탄탄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빨리 이윤을 내지 않아도 되다 보니 돈을 허투루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온디맨드 서비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침착함을 되찾자 몇몇 서비스들은 인제 와서 부랴부랴 가격을 올렸습니다. 그 뒤로 빠질 수 있는 악순환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장보기 대행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죠. 지난해 장을 대신 봐서 배달까지 해주는 스타트업 인스타카트(Instacart)는 가격을 내렸습니다. 가격을 내리면 사람들이 물건을 더 많이 주문해 계약을 맺은 슈퍼마켓 체인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오를 거라는 계산 아래 내린 결정일 겁니다. 하지만 일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인스타카트의 매출은 지난해 여섯 배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슈퍼마켓 체인으로부터 얻은 이익은 늘어난 비용을 메우기에는 오히려 부족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인스타카트는 대부분 배달 가격을 4달러에서 6달러로 올렸습니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대신 장을 보고 배달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깎기도 했습니다. 결국, 인스타카트도 더는 이윤 없이 버티기 어려워질 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온디맨드) 택배 서비스를 살펴보죠. 언제 어디서나 어떤 물건이든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한 택배 서비스 포스트메이츠(Postmates)를 이용하기 위해 내야 하는 추가비용은 (물건값의) 50%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덕분에 포스트메이츠는 계속 흑자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높다 보니 이번에는 더 낮은 값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경쟁업체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실제로 도어대시(DoorDah)라는 업체가 1억 2천7백만 달러를 투자받고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해 포스트메이츠는 레스토랑에 주문을 많이 넣는 대가로 음식값을 할인받는 계약을 맺고 그만큼 소비자가 내는 배달 요금을 줄였습니다. 줄어든 배달 요금은 주문 한 번에 약 3~4달러로 도어대시의 5~6달러보다는 싸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인들의 중위 임금이 시간당 20달러인 점을 생각하면 시간을 아껴 음식을 배달해 먹는 데 드는 돈 치고 적다고 할 수 없는 액수입니다.

인스타카트나 포스트메이츠, 도어대시 모두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동선이 겹치는 배달 경로에 주문 서너 개를 묶어서 가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효율성을 제고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겁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인 먼처리(Munchery)의 창업자 트리 트란(Tri Tran)은 지난해 제게 배달료를 포함한 주문 하나당 음식값을 올해 10달러 아래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가격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럭스의 사례로 돌아가 보죠. 럭스는 매달 4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럭스의 대변인은 제가 지적한 문제들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일시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당분간은 가격을 더 올릴 계획은 물론 없으며 현재 서비스 방식으로 고객을 더 모으고 매출을 올리고 주차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 가격을 내리고 더 많은 고객을 모으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지금까지 제가 관찰한 바를 종합해 결론을 내리자면, 우버는 예외일 뿐 다른 분야에서 우버식 비즈니스 모델은 그다지 통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