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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

실내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쓰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가습기 물통을 때때로 닦아주는 것이 귀찮을뿐더러, 입구가 좁은 물통은 세척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매대 위의, 광고 속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후 원인 불명의 폐 손상을 입거나, 그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제공=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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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보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옥시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의 유해성이 알려진 지 5년 만의 공개사과였습니다.

영국계 회사인 레킷벤키저는 2001년 3월 옛 동양제철화학(OCI)의 생활용품사업부인 옥시를 인수하고 옥시레킷벤키저를 세웠습니다. PHMG를 주성분으로 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은 2000년 10월부터 생산·시판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인과 관계를 공식 인정한 가습기 피해자 221명(사망 92명) 중 177명이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했고, 이 중 70명이 사망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 피해가 옥시의 제품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41명의 피해자(사망 25명 포함)를 낸 롯데마트의 PB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벤치마킹해 출시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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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가습기 살균제 파동'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피해자 임성준 군에게 사과하고 있다.

옥시의 혐의점은 두 가지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검찰은 옥시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데요. 쟁점은 옥시가 제품 안전을 위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입니다. 지난달 26일 검찰에 소환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1996년 환경부 고시에 “유해성 심사 결과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음”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고, 식품안전청의 의약품·의약외품 안전성 검사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흡입독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옥시 측이 무시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옥시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리벤톨R80은 검사했으면서…

옥시는 1998년부터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라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품의 주성분은 프리벤톨 R80이라는 원료였는데요. 당시 옥시는 독일 화학 회사의 부설 연구소로부터 “해당 물질을 초음파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려면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서신을 받고, 독성 실험 후에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PHMG를 주성분으로 변경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출시할 때에는 흡입독성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경고도 무시한 정황 나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옥시는 2000년 PHMG인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직전 해외 독성학 권위자로부터 “PHMG가 비산돼 호흡기로 들어가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사실이 없는 만큼 흡입독성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선임 연구원이었던 최 모 씨는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연구소장 등 상부에 보고했지만, 옥시는 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보고가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 흡입 독성 실험을 생략한 사유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허위∙과장 광고 혐의


옥시는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의 용기에 ‘살균99.9% -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객관적 근거 없이 제품이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옥시에 5천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신현우 옥시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는데요.

검찰은 최근 소환조사에서 신 전 대표가 ‘아이도 안심’이라는 문구에 깊게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입니다.

원인미상 폐 손상과 가습기 물방울

시작은 ‘임산부들의 원인 미상 폐 손상’이었습니다.

2011년 4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원인 불명의 폐 손상을 입은 임산부 7명이 입원한 건데요. 병원은 이 같은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고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 4명이 사망했고, 3명이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해 8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 내부의 미생물 번식을 막고 물때 등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물에 섞어 사용하는 제품인데요.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출산 전후 임산부의 피해가 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영유아와 성인 피해 사례도 잇따라 보고됐습니다.

이어진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 인산염)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이라는 성분의 위해성이 확인됐습니다. 이들 살균제는 피부에 닿거나 소량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독성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의 특성상,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에 해당 성분이 녹아있는데요. 이것이 인체에 직접 흡입되면 기관지와 폐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폐가 굳는 섬유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동물 실험 결과를 근거로 다음 가습기 살균제 6개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옥시) △세퓨 가습기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롯데마트 PB·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아토오가닉) △좋은 상품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 PB·용마산업사)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글로엔엠)

이 중 가장 먼저 출시된 것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입니다. 해당 제품은 2001년 출시됐는데요.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인된 때가 2011년이므로 약 10년 동안 위해 제품이 계속 판매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와 환경부는 2013년 7월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의심 사례를 1, 2차에 걸쳐 조사했습니다. 정부는 2015년 4월 23일 기준 총 221명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이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 인정했는데요. 이 중 사망자는 92명이었습니다.

3차 피해 접수는 지난해 12월에 종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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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초기부터 살균제 피해를 조사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6명의 추가 사망이 발생해, 총 사망자가 146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센터는 또한 “정부의 1~3차 조사와 자체적으로 접수한 202명(사망자 8명 포함)을 합치면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들은 1,528명(사망자 228명 포함)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 끝난 일인 줄 알았어요”

“이미 끝난 일인 줄 알았어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 등 관련 업체의 전·현직 임직원을 소환 조사할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관련 뉴스도 급증했습니다. 이런 의문을 갖게 된 분도 많으실 겁니다.

“이게 몇 년 전 일인데, 아직 소환 조사도 안 했단 말이야?”

2012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의 유족들은 옥시레킷벤키저 등 6개 판매업체와 4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이듬해 3월 17일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폐 손상 조사위원회’를 꾸려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를 기다린 후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보건복지부와 환경부는 1·2차 조사를 통해 530명의 피해 사례를 조사했고, 그중 221명의 피해(사망 92명 포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자, 검찰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맡겼는데요.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8월, 8개 회사 관계자에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옥시레킷벤키저의 한국지사 사무실·인천 송도 연구소, 롯데마트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원인 불명의 산모 연쇄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5년여가 흐른 가운데,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된 겁니다. 사실상 담당 검사 1명이 전담했던 이 사건은 지난 1월부터는 새로 꾸려진 전담팀이 맡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4월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상품)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9홈플러스 PB 제품)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가 폐 손상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위해성을 입증한 PHMG 또는 PGH 성분을 함유한 제품들입니다.

수사의 포인트는 제조사 및 유통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들 회사가 해당 성분의 흡입 독성 연구 및 검사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사전에 흡입 독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품을 공급한 것은 아닌지 규명해야 합니다.

PB제품을 판매한 롯데마트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하고, 피해보상 방침을 밝혔습니다. 홈플러스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 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과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관련자 소환 조사가 임박한 시점에 내놓은 사과에선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왜 하필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과를 하나?”

“이 사과는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과가 아니라 검찰에 사과한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2년부터 11차례에 걸쳐, 19개 제조.판매기업 등기임원과 대표이사 256명을 고발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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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보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옥시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의 유해성이 알려진 지 5년 만의 공개사과였습니다.

영국계 회사인 레킷벤키저는 2001년 3월 옛 동양제철화학(OCI)의 생활용품사업부인 옥시를 인수하고 옥시레킷벤키저를 세웠습니다. PHMG를 주성분으로 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은 2000년 10월부터 생산·시판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인과 관계를 공식 인정한 가습기 피해자 221명(사망 92명) 중 177명이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했고, 이 중 70명이 사망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 피해가 옥시의 제품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41명의 피해자(사망 25명 포함)를 낸 롯데마트의 PB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벤치마킹해 출시한 제품입니다.

2016050201132949724 l 제공=포커스뉴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가습기 살균제 파동'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피해자 임성준 군에게 사과하고 있다.

옥시의 혐의점은 두 가지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검찰은 옥시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데요. 쟁점은 옥시가 제품 안전을 위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입니다. 지난달 26일 검찰에 소환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1996년 환경부 고시에 “유해성 심사 결과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음”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고, 식품안전청의 의약품·의약외품 안전성 검사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흡입독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옥시 측이 무시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옥시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리벤톨R80은 검사했으면서…

옥시는 1998년부터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라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품의 주성분은 프리벤톨 R80이라는 원료였는데요. 당시 옥시는 독일 화학 회사의 부설 연구소로부터 “해당 물질을 초음파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려면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서신을 받고, 독성 실험 후에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PHMG를 주성분으로 변경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출시할 때에는 흡입독성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경고도 무시한 정황 나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옥시는 2000년 PHMG인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직전 해외 독성학 권위자로부터 “PHMG가 비산돼 호흡기로 들어가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사실이 없는 만큼 흡입독성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선임 연구원이었던 최 모 씨는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연구소장 등 상부에 보고했지만, 옥시는 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보고가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 흡입 독성 실험을 생략한 사유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허위∙과장 광고 혐의


옥시는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의 용기에 ‘살균99.9% -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객관적 근거 없이 제품이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옥시에 5천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신현우 옥시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는데요.

검찰은 최근 소환조사에서 신 전 대표가 ‘아이도 안심’이라는 문구에 깊게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