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 스캔들, 파나마 페이퍼스

  • 2016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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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Memune

ICIJ

사상 최대의 기밀 문건 유출, 파나마 페이퍼스의 모든 것

파나마에 있는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mpany)의 내부 기밀 문건들이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유출됐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라는 이름으로 세간에 알려진 그 사건인데요. ‘로펌 자료 유출된 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 모색 폰세카라는 로펌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로펌이 아니기 때문에 ‘대수’인 겁니다.

모색 폰세카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파나마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 사회 저명인사의 조세 회피 업무를 대행하던 로펌입니다. 결국, 이들이 가진 자료 대부분은 사회 저명인사의 조세 회피 정황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파나파 페이퍼스 관련 뉴스타파 보도

유출된 문건의 파일 크기를 다 합하면 약 2.6테라바이트, 문건 수만 11,500,000건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0년 전 세계를 뒤흔든 위키리크스 사건으로 유출된 기밀 문건의 크기가 1.73기가바이트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을 통해 유출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양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겠죠. 내용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를 총괄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보도에 따르면 전현직 국가 지도자, 정치인, 그들의 친인척, 연예인, 스포츠 스타, FIFA 관계자 등이 조세를 회피한 정황이 유출된 문건에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군요. 엄청난 문건 양만큼 해야 할 말도 많으니 지금부터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나마 페이퍼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는가?


지난 2014년 말, 익명의 제보자가 독일 신문사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에 접촉해왔습니다. 익명의 제보자는 이후 2015년부터 모색 폰세카의 내부 기밀 문건을 차이퉁 측에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밝혔듯 자료의 크기가 워낙 방대해 차이퉁은 이를 혼자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차이퉁은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에 자료를 공유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에 약 80개 국가, 107개 언론사, 400여 명의 언론인이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암호화 협업 프로그램을 사용해 의견을 공유하고, 자료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약 1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유출되지 않은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들이 얼마나 신중하고 철저하게 보도 준비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그렇게 분석한 내용은 미국 현지 시각 기준으로 2016년 4월 3일부터 부분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ICIJ가 4월 3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 자료는 일부라고 하기에는 그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모색 폰세카를 통해 조세 회피를 대행한 사회 저명인사는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이 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지위를 가진 인물들이었습니다. 유명 배우 성룡과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Panamapapers2 projects.icij.org
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회 저명인사 목록 일부

아일랜드 총리를 비롯한 전현진 국가 지도자들이 조세 회피에 직접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는데요. 아일랜드 권뢰이그손(Gunnlaugsson) 총리는 국민들의 격렬한 시위와 반대에 이기지 못해 결국 총리직을 내놓았습니다.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 주석의 친인척 명단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주목할만합니다. 시 주석은 주석 자리에 오른 이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 수많은 비리 공무원을 색출해냈죠. 이 와중 시 주석의 측근이 조세 회피에 가담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시 주석의 신뢰도와 부패 척결 드라이브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온라인에서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언론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한 친구이자 장녀 에카테리나 푸티나의 대부인 세르게이 롤두긴이 거액을 탈세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이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 세력의 음모라며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ICIJ는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가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는데요. 앞으로도 추가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며, 오는 5월에는 조세 회피를 한 기업 명단만 따로 추려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더욱 자세한 명단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요?


국내의 관심은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한국인, 한국 기업이 포함되어 있는가?’ 일테죠.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언론은 뉴스타파가 유일합니다.

Panamapapers3 제공=포커스뉴스
'2016 조세도피 한국인'을 공개하는 뉴스타파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유출 자료 중 ‘korea’라는 검색 키워드로 총 1만 5천여 개의 파일이 검색됐으며, 이 중 국내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이 195명이었다고 합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한국인 명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국내 주소가 아닌 해외 주소를 기재한 후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비밀계좌를 만든 경우도 많아 정확한 한국인 명단를 확보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는 신원을 확인한 한국인 중 공적 보도 가치가 있을 경우 이를 순차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