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 뉴스부터 보시겠습니다.
국민일보 2016년 5월 20일자 기사 제목입니다.
“여야, 상임위 수 유지·기한내 원구성 완료 합의… 20대 원구성 협상 돌입”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이 나고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원 구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원(院)이라는 말은 일단 국회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원 구성이 ‘국회를 구성한다’는 뜻인데, 조금 이상합니다. 국민들이 선거로 국회의원 300명을 다 뽑아 국회를 구성해 놓았는데, 또 다시 국회(원)를 구성한다니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원 구성은 바로 ‘역할 분담’이다!
원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뚝딱하고 법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을 만드는 데도 정해진 규칙과 절차가 있습니다.
법률 제정과정
1단계: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거나 국회의원 10인 이상이 발의를 한다.
2단계: 국회의장이 이러한 법안을 받아 직접 본회의에 상정하거나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한다.
3단계: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이를 본회의에 상정을 한다.
4단계: 본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법안을 통과 시킬 지를 결정하고 통과가 되면 대통령에게 이송을 한다.
5단계: 대통령이 법안을 확인 후 공포를 하거나 거부를 한다.
6단계: 공포가 되면 법률의 효력이 발생한다.
왜 이처럼 복잡한 규칙을 만들었을까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법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봅니다. 그런데 이 법이 촘촘한 검증도 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진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사회에 불필요한 법이 만들어지거나 특정 이해관계자를 위한 법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국회가 법을 만들 때 다소 복잡하고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300명이 단계별로 서로 의논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법안인지 아닌지 한 번 제대로 따져보는 것이죠.
원 구성은 바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역할 분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절차와 단계별로 부여된 임무를 국회의원 300명이 서로 나누는 것이죠.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국회의장도 뽑고 의장을 보좌할 국회 부의장도 뽑고, 18명의 상임위원장도 정하고 나머지 의원들을 개별 상임위에 배정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작업을 바로 ‘원 구성’이라고 부릅니다. 학급 회의를 할 때 반장도 뽑고 부반장도 뽑고 학급 부장도 정하지 않습니까. 그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원 구성이 왜 이렇게 뉴스거리가 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직책과 부서 가운데 알짜배기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직책과 부서가 중요하지만 영향력이 더 큰 곳이 있고 더 적은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다 중요해보여도 의회 권력이 쏠려있는 정도가 다르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국회 내 정당들은 원 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에 해당 정당 출신 국회의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입김을 세게 불 수 있는 자리에 우리 편을 보내 놓는 격이죠. 결국 원 구성은 의회 권력을 어떤 정당이 더 잡느냐는 문제이므로 미디어가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기, 거기에 어떤 자리가 있습니까?
이제 그럼 원 구성을 할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 지 살펴봅시다. 국회는 국회의장과 국회 부의장, 그리고 18개의 소관 상임위원회로 구성됩니다.
국회의장은 한마디로 국회를 대표하는 ‘수장’입니다. 학급회의를 주도하는 반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데, 주로 국회의 질서유지, 의사정리, 사무·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방송뉴스를 보면 의사봉을 들고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 있죠? 그 사람이 바로 국회의장입니다. 여야 간 대립을 조정하고 타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답니다. 국회 부의장은 국회의장을 보좌하고 국회의장이 부득이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때 직무를 대행합니다. 학급 부반장과 비슷합니다.
상임위는 학급부서와 같습니다. 상임위는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발의를 하면 이를 정밀하고 촘촘하게 심사를 합니다. 예를 들면 국토교통부와 관련된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가 심사하고, 국방부 관련 법안은 국방위원회, 교육과 문화체육관련 분야는 교육문화체육위원회에서 심사를 합니다. 모든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상임위에 소속이 되고 그 가운데 몇 명은 학급부장격인 상임위원장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상임위원회는 모두 18개입니다.
‘꿀 보직’은 따로 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떤 자리가 주가가 높을까요? 원 구성의 꽃은 결국 ‘상임위원장’입니다.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도, 상임위원회 일반 의원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상임위원장이 가진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상임위는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내놓으면 이를 정밀하게 검증합니다. 그런데 상임위원장에게는 이러한 상임위의 의사 일정을 결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법안을 검토하는 회의를 열거나 열지 않을 힘이 있다는 얘기죠. 국회에서 법을 만들려면 반드시 정해진 규칙이나 절차를 따라야 하는 데, 만일 상임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을 만들 수 없게 됩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길 기다리는 여러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말이죠. 때문에 각 정당들은 자신들이 중요히 여기는 상임위에 소속 의원을 반드시 위원장으로 앉히려고 한답니다.
그러한 상임위원장 가운데서도 최고의 알짜배기는 바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이나 법원 등의 사법기관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검토합니다. 또한,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기존의 법률과 충돌하지는 않는 지,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 지를 따져보기도 하죠. 법안이 관련 상임위의 심의를 어렵게 통과해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에 올라갈 수 없습니다. 상임위의 ‘끝판대장’인 것이죠. 그래서 원내에서 힘이 있는 정당들은 자신의 소속 의원을 법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히려고 합니다.
이밖에 힘이 센 곳은 아무래도 돈 문제를 논하는 기획재정위원회입니다. 국가의 재정과 경제정책을 다루다 보니 힘이 셀 수밖에 없죠. 또한 국가정보원을 다루는 정보위원회 등 핵심 권력기관과 연관된 상임위원회 역시 입김이 꽤나 센 곳이랍니다.
두 눈 뜨고 똑바로 지켜보자!
현재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 구성이 한창입니다. 뉴스에서는 원내 정당들끼리 협상을 하는 이야기와 이 자리 저 자리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금 이해가 되십니까. 국회의장은 누가 될 것이며, 소관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또 누가 될까요. 원 구성을 배우셨으니 이제부터 원 구성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 문제가 어떤 상임위원회와 연관돼 있는 지 먼저 따져보세요. 그리고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이 누가 되고, 법사위원회의 위원장이 누가 되는 지 지켜보십시오.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있는 법이 만들어 질지 말지를 조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