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새누리 시즌1

  • 2016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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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Memune

이번 총선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말이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이야기입니다.

제공=포커스뉴스

김무성의 옥새 투쟁, 그 시작과 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이른바 ‘옥새 투쟁’이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김 대표가 도장 들고 부산으로 도망친 것까지는 알겠는데, 도무지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 키워드는 ‘6개 지역구’입니다. 6개 지역구는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과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의 지역구, 그리고 서울 송파을, 대구 동구갑, 대구 달성, 대구 수성을입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앞서 이야기한 6개 지역구 중 5개 지역구에 각각 유재길 새은평미래연대 대표(서울 은평을),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대구 동구을), 유영하 전 인권위원회 상임위원(서울 송파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대구 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군)을 단수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주호영 의원이 공천 배제된 대구 수성을에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를 추가로 단수 추천했습니다. 앞서 주 의원은 당 공천위가 해당 지역구에 단수 후보로 신청한 자신을 탈락시키고, 이 지역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한 후 이 전 부지사를 후보로 결정한 것은 공천관리규정 위반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법원은 주 의원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공천은 효력이 정지됐습니다. 공천위는 이 지역의 후보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대구 수성을 후보자 추천 신청을 재공모했고, 대구 수성을 후보로 신청한 이 전 부지사를 재차 단수 후보자로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공관위의 단수 추천을 받은 6명 의원의 별명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진박 6인방’입니다. ‘진박'은 '진정한 친박근혜계’의 줄임말입니다. 김 대표는 이 6명에 대한 공관위의 공천심사가 상향식 원칙에 위배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총선을 준비하며 상향식 국민 공천제를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지만, 경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161곳 중 141곳에서만 경선이 진행됐다는 것을 문제 삼았는데요. 경선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공관위가 단수 추천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 곳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6개 지역에 ‘진박’ 인사들을 꽂아 넣겠다는 공천위의 결정에 김 대표가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거죠.

김 대표의 측근은 살아남았지만, 비박계 인사 다수가 이번 공천에서 배제됐습니다. 이번 총선이 끝나면 당은 친박, 진박 세력으로 가득 채워지게 되겠죠. 결국, 김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총선에서 살아남는다 할지라도 힘의 균형은 친박 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 김 대표는 지난 9월 국회법 파동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키지 못한 채 당의 결정에 순순히 따랐고,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이야기했지만 공관위의 비박 낙천 과정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만 계속 보였다가는 총선 이후 당내 대선 주도권 경쟁, 더 나아가 대선 경쟁에서 힘없이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김 대표가 결국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김 대표의 승부수는 공관위가 당 최고위원회에 제출한 6개 지역구 공천안을 의결 보류하고, 선거관리위원회 후보등록 만료일인 25일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아 이 6개 지역구를 무(無)공천 지역으로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당 대표이고, 그에 따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에 제출하는 공천장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당인(黨印)과 당 대표의 직인이 필요합니다. 당 대표인 김 대표가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는다면 공천장은 무효가 됩니다.

최고위원들이 공천장 추인을 촉구하자 김 대표는 부산으로 떠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현재 김 대표는 원유철 원내대표의 설득으로 서울로 올라와 당무를 보고 있는데요. 앞서 김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공천’ 입장은 여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김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대표 권한 대행체제 사유인 ‘당 대표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라는 항목을 빌미 삼아 ‘비상수단’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당무에 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로 올라온 김 대표는 6개 지역구에 대한 무공천 입장을 결국 철회했습니다. 당 입장에서 6개 지역구를 무공천으로 내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고, 김 대표 입장에서도 이는 자칫하면 정치 생명을 잃게 할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택한 방법은 양측 모두에게 절반의 성공을 안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25일 오후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를 주재하고 의결을 거부했던 진박 6인방 중 정종섭(대구 동구갑), 이인선(대구 수성을), 추경호(대구 달성) 등 후보 3명에 대해서만 공천을 의결하기로 했습니다. 탈당한 이재오(서울 은평을),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의 지역구와 유영하 후보가 단수 추천된 서울 송파을은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됐습니다.

이 절반의 봉합은 김 대표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당 입장에서는 예정된 파국을 일부 막을 수 있으므로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김 대표는 당 대표 권한을 인질 삼아 개인의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