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환율조작국 제재 법안이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무역촉진법 2015의 제7편 ‘환율조작’ 부문, 이른바 ‘베넷-해치-카퍼(BHC; Bennet-Hatch-Carper)’ 수정 법안에 따르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지속적으로 저평가한 환율조작국은 미국 정부의 직접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김성훈 한국경제원 부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제재 법안이)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내부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00년 이후 GDP 대비 3%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미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제출하는 반기별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 조작이 의심되는 국가를 지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구두 경고 및 국제 여론 조성은 사실상 간접적인 압박에 그쳤는데요. BHC 수정 법안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환율 개입 의심 국가에 대한 분석 확대 ▲국제사회의 제재 유도 ▲통상과 투자 부문에 대한 직접적 제재 강화 등을 골자로 합니다.
분석 및 제재 대상은 대미 무역에서 흑자 폭이 크고,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방안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국가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와 무역 흑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는데요. 1년 후에도 해당 사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대외원조 관련 자금 지원 금지, 조달계약 체결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등 구체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습니다.
당초 미 상원은 환율조작으로 인한 이득을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법안에 포함했는데요. 상계관세 규정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제외됐습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제재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도 환율조작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은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도 사태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 완화’를 단행했는데요. 시장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발표 이후, 독일과 중국 등이 미국의 양적 완화를 간접적인 환율 조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