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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마이너스 금리' 추세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 28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일부에 -0.1%의 금리를 적용키로 했습니다. 금융완화책으로서의 마이너스 금리가 유럽에 이어 아시아에도 등장한 것입니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결정은 아베노믹스판 양적완화의 끝판으로도 해석됩니다. 마이너스 금리란 대체 왜 나왔을까요? 그리고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약발 떨어진 마이너스 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전 세계가 들썩인다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에도 경기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각국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 넣어두지 말고, 시장에 풀어달라는 중앙은행의 간곡한 호소입니다.

지난 2012년, 덴마크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트린 후, 유로존, 스위스, 일본 등 총 6개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 규모의 4분의 1에 달하는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면서 '경기부양의 대세는 역시 마이너스 금리!?’라는 기대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냈을까요? 요즘 이에 대한 찬반 논의로 전 세계 경제 정부, 기관, 학자 등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고, 15일부터 17일까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봄철 연차총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Negative interestrate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회의론


현재로써는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중앙은행들의 장밋빛 전망이 먹히지 않았다'는 회의론이 더 우세합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위스의 사례를 들어 마이너스 금리가 항상 소비와 대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기업과 소비자가 은행에 돈을 넣는 대신 소비와 대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의 수익성과 소비자의 저축 기대 수익이 줄면서 이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은퇴 준비에 필요한 저축 기대 수익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이전만 못 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소비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 또한 지난 10일 보낸 연례 주주 서한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핑크 회장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많은 사람의 노후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는 35세 시민을 예로 들어 만약 2% 저금리 시대에 사는 35세 시민이 5% 금리와 동일한 수준의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5% 금리 시대보다 3배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금리가 낮아질수록 노후 준비를 위한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IMF는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일본과 유로존 등 일부 국가에서 수요 진작과 가격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신용 창출이 가속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호세 비냘스 IMF 통화자본국장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통화정책은 경제성장에 불을 붙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소비자의 지출을 줄이는 위험도 수반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함께 남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회의론? 글쎄다?


​우려와 달리 당사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채택을 옹호하는 분위기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 등의 경기부양 패키지 시행으로 유로존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금리를 추가로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또한 마이너스 금리 효과를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서 이어진 기준 대출 금리, 모기지 금리 하락이 실물 경제와 소비자 물가 상승에 효과를 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듯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정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이 정책을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오히려 더 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발간한 ‘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정책 평가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은행 등 금융산업의 희생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수단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예금자에게 완전히 전가하는 데는 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해서 확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는데요.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시중 은행에서 소비자 예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고 이는 다시 시중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산업의 희생을 전제한다'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마이너스 금리, 도대체 왜?

금리, 쉽게 말해서 이자. 우리가 은행에 목돈을 예치하면 은행은 우리에게 이자라는 돈값을 줍니다. 그러니까 우리 상식에 이자는 '받아 마땅한' 것이죠.

시중은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중은행은 일정 자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합니다. 지급준비금이라고 해서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이 있는가 하면 이를 넘어선 액수를 더 예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으로부터 예치금에 대해 약정된 이자를 받습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기준금리가 바로 그 것입니다. 이 금리, 시중은행에게 역시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아 마땅한' 돈값입니다.

경기가 둔화되어 시장이 더이상의 투자활동을 벌이지 않으려 하면 시중은행에는 대출되지 못해 남는 돈이 생깁니다. 시중은행 입장에선 돈이 남아서 좋을 게 없습니다. 어디서 이자를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 때 시중은행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집니다. 대출 금리를 낮춰 시장의 대출을 유도하던지, 대출금리를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대출되지 못하고 쌓이는 돈을 중앙은행에 잠시 맡겨두던지.

이 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의 행동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기준금리가 비교적 높다면 시중은행은 무리해서 유동성을 풀기보다는 그냥 남는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고 말겠죠. 그 반대라면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발생시켜 대출금리를 받는 게 더 이득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에게 기준금리는 단순한 돈값이 아닙니다. 중앙은행에게 기준금리는 '효과직빵'의 국가 차원 유동성 제어수단입니다. 경기가 과열되면 중앙은행은 정책적으로 경기를 진정시켜야 합니다. 이 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높여 잡습니다. 시중은행으로 하여금 중앙은행으로 예치하도록 유도해 시장에 돈줄을 말리는 겁니다. 반면 경기가 둔화되어 돈이 잘 돌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춥니다. 시중은행으로 하여금 중앙은행으로의 예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서 남는 돈을 시중에 풀도록 하려는 것이죠.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 28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일부에 -0.1%의 금리를 적용키로 했습니다. 이로써 일본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해당 예치금에 대해 연 0.1% 수준의 이자를 '지불'하게 됐습니다.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게 보내는 '까불지 말고 돈 풀어'란 뜻의 시그널입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인 것이죠

마이너스 금리가 따르게 될 유일한 시나리오

아무리 돈 좀 풀자는 신호라고 해도,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설정한다는 건 이례적입니다.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2009년 덴마크중앙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처음 도입했고, 이후 스웨덴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였던 것이죠.

이 파장은 결국 2014년, 유럽연합(EU)으로까지 번집니다. 2014년 6월 4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초과지준금리(interest rate on excess reserve)를 0%에서 -0.1%로 낮추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습니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이 움직인 이 때를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 원년으로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에 돈이 풀리지 않자 유럽중앙은행은 그 해 9월 이를 -0.2%로 더 낮췄고, 작년 12월 3일, 끝내 이를 -0.3%까지 내려 잡았습니다. 스위스 은행까지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동참한 지금, 유럽 경제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의 텃밭이 됐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억지로 돈을 푸는 행위입니다. 돈이란 건 살아있는 동물과 같아서 주어진 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돈이 시장에 돌지 않고 은행으로 몰리는 것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억지로 투자를 유도한다고 정상적인 투자행위가 발생할 일 역시 없습니다. 따라서 갈 곳 잃고 시중에 풀린 돈은 결국 자산 버블로 귀결됩니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에 앞장섰던 덴마크와 스웨덴의 경우, 2015년 상반기 중 아파트 평균가격이 8~16%나 상승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금리를 부과하기보다 오히려 금리를 지급하는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로 시장에 풀린 돈이 결국 자산의 명목가치만 높이는 버블로 그 모습을 바꾼 것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정상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저 물가상승만 부추기는, 돈의 비정상적 쏠림 현상에 불과합니다.

스위스의 한 은행은 최근 거액 일반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진 중앙은행-시중은행 간 게임룰로만 알려졌던 마이너스 금리가 일반 소비자-시중은행 간 룰에도 적용된 사례인데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사람들이 돈을 집에만 보관하고 은행에 예금하지 않는, 이른바 '현금퇴장(cash hoaring)'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현금퇴장 현상은 현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맛 갔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머지않아 종이화폐 시대가 가고 전자화폐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미국이 양적완화를 위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이에 따라 종이화폐 시대가 온 것저럼 말이죠. 사람들로 하여금 화폐(전자화된 화폐)를 무조건 계좌에 묶어둘 수밖에 없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정부, 그리고 금융회사가 마이너스 금리를 현실화하는 상황, 개인이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에 꼼짝없이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 너무 지나친 디스토피아적 상상일까요?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근본적으로 '버블을 키우기 위해선 뭐든 다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세계 경제가 또 한 번의 버블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전자화폐 시대를 앞당기지 못하리란 법 역시 없을 것입니다.

유럽은 이미 전방위적 마이너스 금리 체제에 돌입했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등 미국의 경제 수장들 역시 작년 말부터 꾸준히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시사해왔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은 한 발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현실화했습니다. 이들의 '마이너스 금리' 경쟁이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우리는 두고 보는 것 말곤 할 게 없습니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 발표 첫 주, 실패

지난달 29일 일본중앙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단행하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엔 선으로 2% 급등했습니다. 일본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엔화가치가 급락한 것이죠. 양적완화를 향한 첫걸음이 꽤나 산뜻한 듯 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뒤바뀌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떨어지기 시작한 엔·달러 환율은 2월 5일 현재 116.64엔 수준까지 내려가 영 힘을 못쓰는 중입니다. 이에 따라 엔화가치는 마이너스 금리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도 남을만큼 올랐습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심리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연준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계획을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마저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거란 전망이 여기저기에서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지난 1일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발언이었습니다. 피셔 부의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논의를 할지 “모르겠다(we simply do not know)”고 말했습니다. We simply do not know 한 마디가 시장의 달러 약세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상대적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를 일으켜 엔화가치 상승을 이끈 것입니다.

엔화가 그 자체로 투자자산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일본의 금리 정책 목표에 어긋나는 결과입니다. 돈이 돌지 못하고 어딘가(다른 나라 금고)에 박혀있게만 되는 탓입니다. 투자자산으로서의 엔화에 대한 수요는 엔화가치를 높여 일본의 경기 활성화 의지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더구나 지속되는 저유가와 중국 경제 둔화 등의 상황은 엔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꾸준히 부추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인하, 그러니까 마이너스 금리폭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경제 상황이 일본은행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탓입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3일 한 강연에서 "(금리의) 추가 완화 여지는 충분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0.3%, 스위스 -0.75%, 스웨덴 -1.1% 등의 예에서 보이듯 필요할 경우 금리를 마이너스(-) 0.1%에서 더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구두를 통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던 의도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엔 증시가 문제입니다. 시장에서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 시중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되게 마련이죠. 이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한 이후 시중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시작된 불안은 일본 증시 전체로 번졌는데요. 일본 니케이 지수는 마이너스 금리가 발표된 1월 29일과 그 직후 거래일인 2월 1일 각각 2.8%, 1.98% 오르는가 싶더니 이후 4거래일 연속 총 5.85%가 빠져 이전보다도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하락세가 오로지 시중은행 주가 하락으로부터 이끌린 것은 아닙니다. 외환시장에서의 엔·달러 환율 급락 사태도 결정적 한 수가 됐습니다. 환율 이슈로 직격탄을 맞은 건 제조업체입니다. 2월 5일, 일본 대표 수출주인 도요타자동차,(-1.88%), 혼다자동차(-2.01%), 닛산(-3.29%) 등의 주가는 환율 여파로 미끄러진 채 장 마감을 맞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은행은 급히 말을 바꾸고 나섰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적용 자금을 일본은행 당좌예금 총액의 10%가량인 30조엔 이내에서 억제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 적용 자금은 10조∼30조엔 수준에 그칠 것이고 금융기관의 손실액 역시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인 200억엔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기존의 예금잔액에 대해선 지금까지대로 0.1% 금리를 부여해 금융기관의 평균적 수익에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 양적완화 의지를 보인지 일주일만에 이제와서 그 범위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하는 그 모습. 이쪽에서 보나 저쪽에서 보나 별로 신뢰감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섣부르게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든 일본, 과연 일본의 '가지 않은 길' 끝엔 희망이 있을까요 절망이 있을까요?

마이너스 금리 일발 장전, 불속으로 뛰어!

발표 당시부터 시장의 불안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일본중앙은행(BOJ)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 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간 데 없고, 주가 폭락과 엔화 가치 폭등이라는 역효과만 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진원지인 유럽에서도 이와 같은 금융 위기 전조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것이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옵니다.

올 들어 유럽 은행 주가는 유로존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1~2012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4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도이치방크는 올 들어 주가가 35%나 빠졌습니다. 때문에 도이치방크가 내년에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도이치방크 뿐만이 아닙니다. 마이너스 금리의 최전선에 있는 스위스에선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가 작년 12월 대비 43%나 빠졌으며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영국의 바클레이스, 스탠다드차타드 등도 같은 기간 각각 35%, 32%, 31%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진 것도 모자라 금융기관은 신용부도 위험에까지 직면하게 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마킷에 따르면 유럽 은행의 평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JP모건 등 미국 투자은행 CDS 프리미엄까지 일제히 올랐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도이치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95bp에서 최근 268bp로 수직상승했는데요, 이는 201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칫 유럽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저유가와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리스크오프 현상이 심화된 데 더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은행 부실 위험까지 커지는 지금 상황에서 “유럽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금융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자금 수요자 입장에서 가뜩이나 열악했던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경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WSJ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을 떨어뜨려 금융 경색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임금, 물가까지 부진에 빠져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는 유로존 19개국과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일본 등입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이 국가들에서부터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또 다시 지난 2008년의 위기 상황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랠리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CNBC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통해 올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5개국을 꼽았습니다. 캐나다, 노르웨이, 이스라엘, 영국, 체코 등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가운데, 현재 이들 국가의 기준금리는 0.1% ~ 0.75% 수준입니다. 이 중 노르웨이의 경우 지난해 9월 요구불 예금 금리를 인하하면서, 할당 금액을 넘어선 시중 은행의 예금액에 대해서 이미 -0.25%의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지금 '마이너스 금리'라는 기름통을 짊어지고 하나 둘 불속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가운데 오는 2월 16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당장 마이너스 금리는 우리의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이같은 세계적 추세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때문에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형태로 이 바람에 편승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채권시장은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한 상황입니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750%로 기준금리보다 낮습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시장에서 금통위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이를 선 반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꼭 오는 2월 회의는 아닐 것이라는 평가도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 보유·운용 관련 담당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상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은 '소수의견'이란 전제 하에 시그널로서 한 번 주어지고, 그 다음에 실제로 시행되곤 합니다.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마이너스 금리란 기름통을 짊어지게 될까요?

약발 떨어진 마이너스 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전 세계가 들썩인다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에도 경기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각국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 넣어두지 말고, 시장에 풀어달라는 중앙은행의 간곡한 호소입니다.

지난 2012년, 덴마크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트린 후, 유로존, 스위스, 일본 등 총 6개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 규모의 4분의 1에 달하는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면서 '경기부양의 대세는 역시 마이너스 금리!?’라는 기대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냈을까요? 요즘 이에 대한 찬반 논의로 전 세계 경제 정부, 기관, 학자 등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고, 15일부터 17일까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봄철 연차총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Negative interestrate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회의론


현재로써는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중앙은행들의 장밋빛 전망이 먹히지 않았다'는 회의론이 더 우세합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위스의 사례를 들어 마이너스 금리가 항상 소비와 대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기업과 소비자가 은행에 돈을 넣는 대신 소비와 대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의 수익성과 소비자의 저축 기대 수익이 줄면서 이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은퇴 준비에 필요한 저축 기대 수익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이전만 못 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소비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 또한 지난 10일 보낸 연례 주주 서한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핑크 회장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많은 사람의 노후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는 35세 시민을 예로 들어 만약 2% 저금리 시대에 사는 35세 시민이 5% 금리와 동일한 수준의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5% 금리 시대보다 3배 더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금리가 낮아질수록 노후 준비를 위한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IMF는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일본과 유로존 등 일부 국가에서 수요 진작과 가격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신용 창출이 가속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호세 비냘스 IMF 통화자본국장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통화정책은 경제성장에 불을 붙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소비자의 지출을 줄이는 위험도 수반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함께 남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회의론? 글쎄다?


​우려와 달리 당사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채택을 옹호하는 분위기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 등의 경기부양 패키지 시행으로 유로존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금리를 추가로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또한 마이너스 금리 효과를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서 이어진 기준 대출 금리, 모기지 금리 하락이 실물 경제와 소비자 물가 상승에 효과를 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듯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정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이 정책을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오히려 더 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발간한 ‘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정책 평가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은행 등 금융산업의 희생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수단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예금자에게 완전히 전가하는 데는 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해서 확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는데요.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시중 은행에서 소비자 예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고 이는 다시 시중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산업의 희생을 전제한다'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