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 규제

  • 2016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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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Memune

미국 네바다주 주의원 미셀 피오레 페이스북 계정

미국은 왜 '총의 나라'가 되었을까?

국민 100명당 88.8정의 총을 소유한, 전 세계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 보유량 중 4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시작된 미국의 총기 소지 전통이 너무 위험한 자유가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5년 한해 자살을 제외한 총기 사고 사망자는 1만 3,286명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5년도 총기 사고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10.3명을 기록해 60년 만에 2015년 미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같아졌다고 합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제외하면 교통사고와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수는 엎치락뒤치락하며 미국 내 사망 원인 1,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총기를 통한 안전이냐? 총기 규제를 통한 안전이냐?

이 문제를 두고 미국 내 의견은 첨예하게 갈립니다. 공화당과 미국총기협회(NRA)는 총기의 자유로운 소지가 시민의 저항권과 안전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은 무분별한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끊임없이 수면 위를 오르락내리락했죠.

​생각해보면 참 특이합니다.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엄격히 관리되고 통제받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죠.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는 왜 총기의 나라가 됐으며, 무엇이 총기 규제 법안 처리를 공회전하게 하는 걸까요? 그 이면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미국의 독립 시기로 거슬러가야 합니다. 지금부터 뉴스퀘어와 함께 알아봅시다!

기본권의 상징 '수정헌법'​​

1776년 당시 미국의 13개 주는 영국과의 유혈 투쟁 끝에 식민지 독립에 성공합니다. 조지 워싱턴, 제임스 매디슨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당시 느슨한 연합 형태로 묶여 있던 13개 주를 통합해 연방 정부를 세우는 데 동의하고, 1787년 9월 17일 정식으로 연방헌법을 완성합니다. 연방헌법은 각 주의 비준을 거쳐 1789년 발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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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헌법에 서명하는 건국의 아버지 55인(하워드 챈들러 크리스티 作)

​연방헌법은 사실상 조건부로 발효된 건데요. 많은 주가 '연방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방헌법에 반기를 듭니다. 이들은 연방헌법 비준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을 헌법에 추가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결국, 연방의회는 주 정부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연방정부의 강력한 구속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반영방주의자들과 주 정부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죠. ​제임스 매디슨의 주도로 만들어진 10개의 수정 조항은 1791년 12월 각 주의 비준을 거쳐 연방헌법에 추가됩니다. 이것이 미국인의 기본권을 세세하게 명시해 놓은 헌법인 ‘수정헌법’입니다. ​이후 수정헌법은 꾸준히 개정되면서 그 조항이 27개로 늘어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만들어진 1조부터 10조까지의 수정헌법 조항을 ​흔히 미국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라고 부릅니다.

​간단하게 수정헌법 내용을 살펴볼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1조부터 10조까지의 내용만 추렸습니다.

제1조 -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제2조 - 무기 휴대의 권리
제3조 - 군인의 숙영
제4조 - 수색 및 체포 영장
제5조 - 형사 사건에서의 권리
제6조 -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제7조 - 민사 사건에서의 권리
제8조 - 보석금, 벌금 및 형벌
제9조 - 인민이 보유하는 권리
제10조 - 주와 인민이 보유하는 권한

​음… 그렇군요. 자세한 내용까지 살펴보지는 않았으나 제목만 봐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오늘의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면 눈에 딱 들어오는 조항이 있을 겁니다. 바로 ‘제2조 무기 휴대의 권리’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수정헌법 제2조

​미국이 총기 사용 자유의 나라가 된 것은 이처럼 헌법 내에 무기 휴대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또한 "주의 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 언제든 들고 일어날 수 있는 민병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죠.

​지금은 이 무기 휴대의 권리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만, 수정헌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배경을 고려하면 ‘무기 휴대의 권리’가 수정헌법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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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교도혁명을 통해 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수립한 영국의 정치가 올리버 크롬웰

식민지 시절에서부터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미국인들은 영국의 절대 왕정 체제와 상비군으로부터 끊임없이 고통받습니다. 더불어 영국의 정치인 올리버 크롬웰에 의해 왕정이 무너지고 독재가 도래한 사회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하기도 하죠. ​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독재와 중앙집권이라는 전염병이 미국 땅에 상륙하는 것을 끊임없이 우려하고 경계합니다. 그 결과, 독재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대비책들이 수정헌법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 중 '제2조 무기휴대의 권리’는 독재와 폭정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헌법에 보장한 상징적인 조항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미국인이 총기를 휴대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고요? 우리가 아직 17~18세기에 살고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입니다. 폭정을 막기 위한 도구는 총만이 아닙니다. 지난 몇백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발전해온 민주주의 시스템이 우리에게 곧 총이며 방패입니다. ​

​많은 시간이 흘러도 미국인에게 총은 여전한 저항의 상징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최소한의 규제도 없이 길거리에 나돌고,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데 쓰인다면 어떨까요? 이는 곧 '시민을 위한' 총이 '시민을 향한' 총이 되는 꼴입니다. ​곰곰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미국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저항과 자유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왜 여전히 존재하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