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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외교관계 단절

손 내민 이란, 사우디의 선택은?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 종교 지도자를 포함해 총 47명의 사형을 집행하며, 이란과 사우디는 팽팽한 긴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성난 이란 시위대는 이란 테헤란 내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고, 사우디는 이란과의 국교를 단절했습니다.

​각 종파를 대표하는 이들의 대립은 중동 전체의 분란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에 주목했는데요.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는 차례로 양국을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각국 전담 특사 임명을 요청하는 등 중동 내 질서 유지를 위해 힘쓰는 중입니다.

​그 와중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이 먼저 적대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렸는데요. 18일 이란 정부는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용의자 150명을 체포했으며, 20일에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성명을 발표해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것은 매우 나쁘고 잘못된 사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전에 영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은 것처럼 이러한 행위는 이 나라와 이슬람에 반한다. 나는 그러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또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사우디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우디가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믿고 이란을 역내에서 몰아낼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있다”고 이야기하며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우디의 태도 변화가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이란이 한발 물러나 화해의 제스쳐를 취한 이유는 “사우디의 도발에 도발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함입니다.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중동 평화를 고려하며, 폭력에는 엄정히 대처하는 국가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죠. 최근 미국, 유럽연합과의 핵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가 해제된 마당에 사우디와의 긴장 국면을 이어나가 대내외적 리스크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점 또한 이번 ‘화해 발언’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판단합니다

​아직 사우디는 손길을 내민 이란에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은 피해야 하지만 적당한 외부와의 긴장 유지를 통해 유가를 조금이라도 지탱하고, 황폐해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무마해야 하는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는 이란과의 ‘급화해’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중동의 화약고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2일, 중동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시아파 종교 지도자 알님르 등을 포함한 47명의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사형된 이들이 왕정 전복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가들은 사우디 정부가 테러 위협을 빌미로 종파 탄압을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알님르의 처형 소식이 전해지자 성난 이란 군중들은 이란 내 사우디 대사관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행동을 보였는데요. 더불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신의 분노가 사우디 정치인들에게 내려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보복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란 군중의 과격 행동으로 불에 타고 있는 사우디 대사관

​이에 질세라 사우디는 ‘이란이 더 이상 사우디 왕국의 안보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사우디 내 모든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이내에 사우디를 떠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사우디가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한 셈입니다.

​과거 1988년대에도 사우디와 이란은 약 3년간 국교를 단절한 적이 있습니다.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 국가인 이라크 정권을 지지하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가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87년 사우디 메카 성지 순례에서 이란 순례객과 사우디 경찰이 충돌해 이란인 275명을 포함해 400여 명의 순례자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양국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았고 결국 88년 4월 양국은 단교를 선언합니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중동에서 무슨 일만 일어났다 하면 사우디와 이란이 먼저 나서 으르렁거립니다. ​이번 사태 또한 지난 1980년대에 일어난 종파 갈등의 연장선 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두 국가가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을 단순 국가 간 갈등이 아닌 중동 패권을 중심에 둔 종파간 갈등이라고 보는 시선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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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그런데 사우디는 왜 시아파 종교 지도자를 사형하면서까지 이란을 자극한 걸까요? 최근 헤럴드경제가 써낸 기사를 보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는데요. 사우디가 최근 국가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었다는 것이 헤럴드경제의 분석입니다.

​현재 사우디는 경제, 정치, 외교 등 세 방면에서 모두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경제 : 유가 급락으로 인해 오일 머니가 급격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2015년 사우디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정치 : 지난해 1월 즉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건강이상설과 더불어 그의 아들인 모하마드 빈 살만 제2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이 주도한 예멘 내전이 교착 상태에 빠져 국내 정치가 혼란스럽다.

외교 : ​최근 이란이 사우디의 전통 우방인 미국, 유럽 등과 핵 협상에 성공하면서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사우디에 쏠렸던 서방의 관심이 이란으로 옮겨가고 있다.

​더불어 이후 이란의 경제제재가 완전하게 해제되면 이란의 원유 생산 및 감산 능력이 강해질 게 뻔합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시장에 원유 공급이 늘어 유가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겠죠. 유가 급락으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사우디는 이 상황이 전혀 반갑지 않을 겁니다. 또한, 원유 시장에서 이란이 조금씩 영향력을 확장하게 되면 평소 원유 공급 조절을 통해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우디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디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왕권에 도전하는 이를 처형함으로써 국내 정치를 단속하고, 이란을 점차 온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제사회에 ‘편애하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결국, 사우디가 중동의 패권을 빼앗기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중동 정세에 불을 지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도 불이 옮겨붙을 수 있는 것들이 널려 있는 곳에 말입니다.

전쟁 빼고 다 해보는 사우디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종교 지도자 사형으로 시작된 이란(시아파)과 사우디(수니파)의 충돌은 중동 정세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사우디의 집단 처형이 심각한 인권 탄압이라고 여기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이란의 편이었죠. 하지만 이란 내 과격 시위대가 이란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란 또한 딱히 할 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서로에게 한방씩 크게 주고받은 셈이라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았을 텐데, 양국은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방에 대한 제재와 비방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습격으로 이란의 비방 공세가 약해진 틈을 타, 사우디는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이라는 강수를 던집니다. 더불어 이란으로 오가는 항공편과 교역을 중단하고, 자국민의 이란 여행도 금지합니다.

​가벼운 비난 발언 정도로 잽을 날리던 이란은 7일 사우디에 반격 공세를 합니다. 지난 6일, 이란 정부는 예멘 내전에서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가 전투기를 동원해 예멘 사나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고의로 폭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우디 측도 사실 여부를 파악하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권 동맹군은 ‘이란의 주장은 허위로, 대사관 주변이나 인근에 대한 작전은 수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AP통신 또한 확인 결과 예멘 사나 내의 이란 대사관 건물에 폭격 흔적이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란 언론은 대사관의 벽 일부가 무너지고 직원들이 다쳤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진실 규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이란이 사우디의 이란 대사관 고의 폭격 소식을 이슈화해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사관 습격’에 ‘대사관 폭격’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죠.

​​동시에 이란은 사우디에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사우디 메카에서 행하는 비정기 성지순례(움라)에 자국민을 당분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슬람교도는 종파에 관계없이 다섯 가지 교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성지순례인데요. 이를 제한하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이콧’입니다. 이란은 자국의 이슬람교도들이 사우디 성지순례를 가지 못하는 책임을 사우디 측에 돌리고 있죠.


​사우디와 이란은 외교∙종교∙경제 등 전방위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게 많은 이들의 예상인데요. 양측 모두 상황이 전쟁을 통해 얻는 것 보다는 잃을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인제야 이뤄진 경제제재 해제를 수포로 돌리기 싫을 겁니다. 서방과의 경제 협력과 원유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려 하는 찰나에 사우디와의 전쟁은 ‘상태 초기화’ 버튼과 다름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쟁 여력이 없습니다. 최근 저유가로 국가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 전쟁까지 벌어진다면 사우디 왕가는 매우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합니다.

​실제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며 현재 국방장관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 몰고 가는 사람은 누구든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손 내민 이란, 사우디의 선택은?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 종교 지도자를 포함해 총 47명의 사형을 집행하며, 이란과 사우디는 팽팽한 긴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성난 이란 시위대는 이란 테헤란 내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고, 사우디는 이란과의 국교를 단절했습니다.

​각 종파를 대표하는 이들의 대립은 중동 전체의 분란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에 주목했는데요.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는 차례로 양국을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각국 전담 특사 임명을 요청하는 등 중동 내 질서 유지를 위해 힘쓰는 중입니다.

​그 와중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이 먼저 적대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렸는데요. 18일 이란 정부는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용의자 150명을 체포했으며, 20일에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성명을 발표해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것은 매우 나쁘고 잘못된 사건”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전에 영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은 것처럼 이러한 행위는 이 나라와 이슬람에 반한다. 나는 그러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또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사우디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우디가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믿고 이란을 역내에서 몰아낼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있다”고 이야기하며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우디의 태도 변화가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이란이 한발 물러나 화해의 제스쳐를 취한 이유는 “사우디의 도발에 도발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함입니다.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중동 평화를 고려하며, 폭력에는 엄정히 대처하는 국가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죠. 최근 미국, 유럽연합과의 핵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가 해제된 마당에 사우디와의 긴장 국면을 이어나가 대내외적 리스크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점 또한 이번 ‘화해 발언’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판단합니다

​아직 사우디는 손길을 내민 이란에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은 피해야 하지만 적당한 외부와의 긴장 유지를 통해 유가를 조금이라도 지탱하고, 황폐해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무마해야 하는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는 이란과의 ‘급화해’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