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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새정치 시즌3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은 돌고 돌고 돌아 또 다시 돌아옵니다. 시즌3가 시작됐습니다.

제공=포커스뉴스

김종인으로 시작해서, 김종인으로 끝나는 더민주?

도무지 바람 잘 날 없는 더불어민주당, 이번에는 ‘셀프 공천’이 문제입니다. 지난 2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이번 4.13 총선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렸습니다. 김 대표가 받은 비례대표 순번은 2번이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나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을 15번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받은 2번 순번은 사실상 국회에 진출하는 프리패스나 다름없습니다.

그동안 김 대표는 파격적인 인사 영입, 언론 대응, 발언 등으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논란도 있었지만, 더민주 의원들과 당원들은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는 김 대표에게 많은 힘을 실어줬는데요. 하지만 이번 셀프 공천을 보는 눈초리는 조금 다릅니다. 사심을 채우는 듯한 그의 모습이 여태껏 보여준 우직함에 먹칠을 하고 있죠. 정무적 판단이라며 현역 의원 다수를 공천 배제한 상황에 본인은 거저 배지를 달겠다고 비례 2번을 받았으니 당내 불만이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김 대표가 당 대표 직권으로 전체 비례 순번 35명의 20%인 7명을 전략공천으로 지명한 것도 논란입니다. 더민주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비례대표를 전략공천 지명할 수 있는 비율은 ‘당선안정권’의 20%입니다. 그동안 더민주 비대위나 공심위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당선안정권을 15번까지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김 대표가 사실상 되지도 않을 후보자들을 죽 나열해놓고 본인이 전략공천 지명할 수 있는 인원을 늘린 것에 대해 총선 이후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후보 간 비례 순번을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였습니다. 비대위는 최종으로 추린 비례대표 후보 35명의 비례 순번을 정하기 위해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전략공천으로 지명된 7명의 비례 순번은 확정해놓은 채 나머지 28명을 A(1번~10번), B(11번~20번), C(21번~) 총 3그룹으로 나눈 후 중앙위원회가 그룹별 투표를 하도록 한 것입니다.

전체 순위로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그냥 투표 결과로 비례대표 후보들 줄 세우고 이에 따른 순번을 부여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하지만 그룹별 투표는 투표 결과가 그룹 내에서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전체 투표 순위에서 1위를 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해당 비례대표가 후보가 C그룹에 속해 있다면 전체 투표 순위 1위라 할지라도 비례 순번 21번을 받습니다. 당선안정권인 15번과는 거리가 꽤 있죠? 반면 A그룹에 속한 비례대표 후보들은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순번이 1번이 되든, 10번이 되든 모두 당선안정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룹별 투표 방식에 따르면 당 지도부가 애초 그룹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비례대표가 결정됩니다. 중앙위는 당이 아무리 정무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비례대표를 입맛에 맞게 구성하기 위한 차별적인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김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를 바라보는 당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20일간 당을 이끌어야 할 김 대표의 리더십 또한 급속히 힘을 잃고 있죠.

비대위는 지지층 이탈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1일 서울 모처에서 김 대표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비공개 회의를 갖고 김 대표의 비례 순번을 기존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는 중재안을 의결했습니다. 또한, 문제가 된 비례대표 순번 확정 방식을 그룹별 투표가 아닌 전체 투표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김 대표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입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대위원 2명이 김 대표와 회동을 하고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표는 국회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출입하며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김 대표는 21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만약 비대위가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더민주는 총선을 20일 앞두고 선장 없이 폭풍 속에 뛰어드는 꼴이 되는데요. 외부가 아닌 내부의 위기를 맞아 좌초 위기에 놓인 더민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 안철수, 치킨게임의 서막

혁신안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지 석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또다시 시끌벅적합니다. 당내 주도권과 혁신 방안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갈등을 벌이기 때문입니다.

문-안의 충돌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이 등장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혁신안 시행으로 비롯될 공천 및 인적 쇄신으로 당내 비주류파(새정치연합∙호남 진영)의 불만이 높아져 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통해 현역 의원 중 하위 20%를 물갈이하는 안은 사실상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에 칼을 들이미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당내 현역 의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합니다.

​더불어 지난 10월 28일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에 또다시 패배하면서 현 지도부에 대한 당내 여론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당 대표 문재인 의원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방법은 문재인-박원순-안철수 3인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이었습니다. 당내 비주류의 한 축인 안철수 의원과 야당 내 독자적인 지지층을 가진 박원순 서울시장을 당내 지도부로 끌어들여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고 이후 당내 혁신에 불을 붙이겠단 심산이었겠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1월 29일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 대표에게 역제안했는데요. 혁신 전당대회(혁신전대)를 열어 각자의 혁신안을 당원들에게 직접 평가받고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이가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이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이 혁신전대 제안이 본인이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는데요. 이후 그의 ‘마지노선’ 발언이 탈당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들끓기 시작합니다.

​​문재인 대표는 하루 뒤인 30일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하며 안철수 의원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마지노선’ 제안을 거부하면서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의 분당∙탈당설은 더욱 탄력을 받습니다.

안철수 - 이별을 앞두고(Duet with 문재인)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 개최 제안을 거부하면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데요. 안철수 의원의 이탈이 현실화되자 문재인 대표는 사태 진화에 나섭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전면 수용해 당헌∙당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혁신 전당대회(혁신전대) 제안은 거부했지만 10대 혁신안은 받아들여 ‘안철수 달래기’에 나선 것이죠.

10대 혁신안(전체 내용 확인하기)이란 안철수 의원이 지난 9월 제안한 당 혁신 방안입니다. 당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으로 당내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의 갈등이 일자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 혁신안의 대안적 성격으로 내놓은 안입니다. 당내 부정부패 타파와 낡은 진보 청산을 위한 10가지의 실행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Moonjane 새정치민주연합
지난 3일,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는 문재인 대표

잠시 딴 길로 빠져 이야기를 하자면 10대 혁신안은 제 나름 꽤 파격적인 혁신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부패 혐의 기소자에 대한 즉시 당원권 정지 및 공직 후보 자격심사 대상 배제” 조항입니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당내 몇몇 현직 의원을 한방에 실직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조항이 당헌∙당규에 적용되면 현재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2심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박지원 의원, 입법로비 의혹으로 재판 중인 신계륜∙신학용 의원,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 등은 모두 차기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당에서 제명될 확률이 높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주류∙비주류할 것 없는 전방위 폭격을 문재인 대표가 받아들인 이유는 일정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안철수 의원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대표하며 정계에 등장한 안철수 의원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 비해 지지세력을 상당수 잃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약 9% 수준으로 김무성 대표,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에 이어 4위입니다. 적지 않은 지지세력이 여전히 안철수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죠. 결국, 안철수 의원이 본인의 세력을 결집해 탈당한다면 이는 야권 전체의 표 갈라먹기가 되는 셈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평소 야권이 힘을 모아 한 명의 인물을 내세워야만 정권 탈환을 이룰 수 있다고 못 박아 이야기해왔습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요? 안철수 의원은 제안한 지 3개월이나 지난 10대 혁신안을 왜 이제야 받아들이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그는 이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10대 혁신안 수용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진 않았으나, 문재인 대표가 이미 한 차례 거부한 바 있는 혁신전대 개최를 거듭 요청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성명 말미에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주시라.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묻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번 혁신전대 재고 요청이 최후통첩임을 암시했는데요.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아직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을 이 둘의 만남, 결국 분열로 마무리되는 걸까요?

안철수 의원 기자회견

남은 것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치킨 게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를 '또 다른 대결을 초래할 뿐’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최후통첩을 거절당한 안 의원은 5일째 칩거 중입니다.

​​둘의 논의에 진전이 없자, 당내 의원 그룹들이 이 둘의 입장을 중재하거나 한쪽 편을 들며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안은 ‘중진 의원안', ‘수도권 의원안', ‘비주류 의원안' 등 총 세 가지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진 의원안(문희상 의원 등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 15명)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문재인∙안철수 의원이 협력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후 비대위가 전당대회 개최 문제 등을 협의해 결정한다."

​안철수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된 안입니다. 다만, 2016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전당대회를 열 수 없다는 게 문재인 의원 측의 입장입니다.

수도권 의원안(​김상희 의원 등 수도권 의원 3명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문재인∙안철수 의원이 협력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후 새 지도부를 출범한다.”

​​중진 의원들이 제안한 안에서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내용이 제외된 형태입니다. 문재인 대표 측은 수도권 의원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측은 문 대표가 사퇴 후 바로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방식은 수용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주류의원안​(신학용 의원 등 당내 비주류 모임인 ‘구당(救黨)모임’ 소속 의원)


“문재인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 후,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

당이 쇄신하는 첫 단추를 문 대표의 사퇴로 삼고, 이후 당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문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비주류의원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습니다.

이 와중 문 대표는 안 의원을 당 지도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습니다. 오는 14일,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 중앙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문 대표는 10대 혁신안의 당헌∙당규 반영으로 조만간 당적이 자동으로 정지될 처지에 놓인 한명숙 전 총리에게 자진 탈당계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문 대표의 뜻을 받아들여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계파 정치∙공천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친노 성향 인사​ 6명의 총선 출마 포기를 설득했고, 이 중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당 대표 정무특보의 불출마 의사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를 계기로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합류할 확률은 낮아 보입니다. 핵심 쟁점인 ‘혁신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대척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문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이후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칩거가 결단을 위한 숨 고르기 아니겠는가'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안 의원이 13~14일을 기점으로 탈당할 것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어 당내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대로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당내 비주류 세력의 연쇄 탈당 움직임 및 지도부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철수!!!

결국,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한 지 약 21개월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안 의원은 마지노선으로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고, 문재인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측 다 통합과 갈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타협의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이번 안 의원의 탈당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12일 저녁, 안 의원이 상계동 자택에 머무르며 13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탈당 회견문을 다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이들은 긴급 의총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막기 위한 안철수-문재인 협력 호소문을 채택하고 이를 안 의원 자택에 방문해 직접 전달했습니다.

​이후 13일 오전 1시, 문 대표 또한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방문해 심야 회동을 요청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였는데요.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현관 앞에서 약 50분가량을 기다렸지만, ​"밤이 깊었으니 맑은 정신으로 이야기하자”는 안 의원의 거절 덕에 별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동이 트고 안 의원은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안 의원은 ‘당의 기득권이 워낙 강해 혁신과 변화를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탈당 이후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발언대로라면 민주당과의 합당 당시 안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했거나, 이후 안 의원의 지지세력이 된 호남∙비주류 의원들이 집단 탈당할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안 의원이 당 대표를 맡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중 수도권과 호남의 현역 의원 5~10명이 1차 탈당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는 서면 브리핑을 발표했습니다. 당장 내년에 있을 총선 준비와 당내 혁신 과제로 어수선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안 의원의 탈당으로 대혼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후 당 지도부는 사태 수습 및 정국 운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철수는 없다, 통합과 혁신만 있을 뿐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 탈당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의 주제는 ‘당의 통합과 혁신’이었습니다. 문 대표는 분열을 조장하고, 혁신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당내 비주류파를 겨냥한 듯한 발언입니다.

“우리 당이 반드시 승리의 희망을 일궈내겠다. 저 자신부터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반드시 혁신을 이뤄내고 말겠다. 혁신을 공천권 다툼이나 당내 권력투쟁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중단없는 혁신을 해나갈 것이다. 어떤 요구에도 굴복하지 않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혁신’을 주장했습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모든 공천을 ‘상향식 공천’으로 진행하고 밝혔는데요. 당은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국민공천제를 추진할 전망입니다. 이는 당내 기득권, 계파 등을 청산하기 위한 문 대표의 당 혁신 방안 중 하나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의 내분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총선 모드에 돌입할 모양입니다. 안 의원 탈당으로 인한 후폭풍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계산 때문이겠죠. 안 의원 탈당 후 나흘이 지났지만 단 한 명의 탈당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공천’이라는 희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남은 의원들이 쉽사리 탈당을 결심하진 못하리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안 의원은 탈당 인원이 예상보다 적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허허벌판에 혈혈단신으로 선 만큼 꿋꿋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는데요. 안 의원은 16일 부산 방문에 이어, 17~18일에는 광주로 내려가 지역 민심에 귀 기울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혁신은 외부에서 오는 거야

안철수 의원이 신당의 정책 기조를 발표하며 총선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외부 인재 영입으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는데요. 표 소장의 입당은 문재인 당 대표이자 인재영입위원장이 직접 나서 외부 인재를 영입한 1호 사례가 됐습니다. 표 소장은 경찰대 교수로 재직 중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 및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사건 수사를 촉구하다 교수직에서 물러난 바 있습니다.

Pyo 제공=포커스뉴스
입당 기자회견 중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표 소장이 직접 입당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 이번 입당은 현실 정치 참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외부 영입 인재 1호인 만큼 그 자체로 충분히 상징성이 있어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도 내년 총선에 표 소장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리라 예상됩니다.

혁신위가 제안한 당내 혁신 방안 중 하나인 외부 인재 영입의 포문이 열리면서 표 소장에 이어 누가 다음 외부 영입 인재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장하성 교수와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입니다. 특히 장 교수의 경우 안철수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자문한 이력이 있습니다. 만약 장 교수 영입이 성사된다면 문 대표의 외부 인재 영입론에 힘을 실리는 것은 물론이며, 과거 함께 했던 이를 새정치민주연합에 뺏긴 안철수 신당의 체면도 깎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살펴보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대규모는 아니지만,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탈당 논의가 진행 중이며, 지난 27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및 수도권 의원 67명이 문 대표에게 총선의 공천 권한 모두를 조기 선거대책위원회에 넘길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출했습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당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대신 문 대표에게 공천 권한을 포함한 실질적인 당 대표 권한을 모두 내놓으라 요구한 것인데요. 그동안 문 대표가 당내 혁신을 위한 정면돌파를 암시하는 말들을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결국 중재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안녕하새오 '더불어민주당'이애오

1년 9개월 전 새정치의 큰 뜻을 품고 민주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을 변경한 새정치민주연합, 이번에는 새정치는 한편에 고이 접어두고 국민과 함께하는 당이 되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 공모 절차를 거쳐 총 3천 2백 개의 당명을 신청받았고, 이 중 ‘희망민주당’, ‘민주소나무당’, ‘더불어민주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을 최종 5개 후보군으로 추렸는데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28일 최고위를 열어 후보군 중 ‘더불어민주당’을 단일 후보로 당무위에 상정했습니다.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 확정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새로운 당명을 등록했다고 합니다.

Demoparty logo
더불어민주당 임시 로고

그럼 지금부터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새로운 당명인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당명 변경을 통해 두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당명에 부분적으로나마 다시 사용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과거 야당 계열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당명 중 하나인데요. 이번 당명 변경을 통해 야당의 정통성을 되살리겠다는 지도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새정치’라는 명칭이 당명에서 빠졌다는 점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은 지난 2013년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합당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새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안 의원을 상징하므로 안 의원이 탈당한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당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 내부의 중론입니다.

당명 변경을 위한 당무위가 열릴 당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명을 바꾸는 게 시기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느나, 문재인 대표는 "당명을 바꾸기에 적합한 시기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으나 꼭 필요한 일이니 잘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Demoparty logo2 제공=포커스뉴스
새로운 당명을 소개하는 손혜원 홍보위원장

이제 남은 것은 당명 약칭을 결정하는 문제인데요. 당명 변경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은 당 약칭은 약 1주일 뒤에 로고와 함께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명 확정 직후 약칭은 ‘더민주당’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원외에 이미 ‘민주당’이라는 당이 있기 때문에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 약칭은 피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SBS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 위원장은 ‘현재 ‘더민당’이라는 약칭을 가장 많이 추천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한길 의원도 탈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였던 김한길 의원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김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탈당 릴레이는 더욱 속도가 붙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분당 사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이 패권정치와 계파이익에 사로잡혀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는데요.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어렵게 데려온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당내 패권정치로 인한 것이라며 당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Kimhangil 제공=포커스뉴스
탈당 기자회견 중인 김한길 의원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행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낼 것’, ‘양당 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허물기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 등의 발언을 미루어 볼 때 그가 창당하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김 의원의 탈당은 앞서 이야기했듯 탈당 릴레이를 부추길 전망인데요. 김 의원 계파로 분류할 수 있는 당내 의원 10명 중 최재천, 권은희 의원은 이미 탈당했고, 주승용 전 최고위원 또한 오는 13일 탈당을 예고했습니다. 또한, 노웅래, 김관영 의원도 탈당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 의원들까지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다면 안철수 신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도 노려볼 만합니다. 현재까지 안 의원 탈당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현역 국회의원은 총 9명(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최재천, 권은희, 임내현, 황주홍, 김한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이어지는 탈당 소식에 단호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문 대표는 김 의원 탈당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연유로 우리 당 의원들이 출마를 하지 않거나 또는 탈당해서 비게 되는 지역에 대해서나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서 대한민국 정치를 물갈이하고 우리당을 더 젊고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혁신의 끝에는 대표직 사퇴가 있었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대표직 사퇴, 범야권 통합 등과 관련한 다양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문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을 필두로 한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일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요. 문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곧 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 내에 파다했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퇴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대표는 현재 맡은 인재영입위원장 등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당의 앞날을 위해 백의종군의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백의종군하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열심히 도울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많이, 가장 크게 돕는 최선의 방법인지 잘 논의하도록 하겠다."

문재인 당 대표

​문 대표는 사퇴 이유에 대해 “제가 사퇴한다면 다시 통합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당내 비주류, 호남 의원들이 문 대표를 겨냥해 당 분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답장 정도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요. 문 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 당내 의원들과 이미 탈당해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과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머쓱한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당내 혁신에 대해서는 "'범야권 통합’을 제외하곤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것이 문 대표의 평가였습니다. 문 대표는 앞으로 남은 과제인 범야권 통합을 위해 천정배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 국민회의와 정의당에 야권통합 논의를 추진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계파공천과 밀실 공천이 불가능한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렸다. 인재영입을 통한 변화의 큰 물결도 시작됐다. 못한 것은 통합인데, 통합에 물꼬를 트기 위해 제가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당 대표

새 술은 새 부대에, 더민주 비대위 출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혁신 임무를 마무리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353일 만입니다. 문 대표 사퇴와 함께 당을 이끌어 나갔던 최고위원(이종걸, 정청래, 전병헌, 추미애, 유승희, 이용득) 또한 27일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일괄 사퇴했습니다.

당 대표, 최고위원직 공석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는데요. 최고위원들은 마지막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비대위 인선안을 의결해 비대위 구성 절차를 모두 완료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직무를 대행하며, 비대위는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행사합니다.

당 대표를 대신해 비대위 체제를 이끌 비대위원장직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의원이 임명됐는데요. 김종인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 함께 비대위를 이끌 6명의 비대위원을 임명했습니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력이 있는 박영선, 우윤근 의원, 정책위의장을 맡은 바 있는 변재일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을 통해 최근 입당한 김병관 웹젠 의장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등 총 6명이 김 위원장을 도와 당을 이끌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비대위 인선은 경험, 전문성, 참신함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김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지역적으로도 비교적 골고루 됐고, 성향으로도 내추럴(중립적)하지 않나 싶다”라고 평했습니다. 실제 7인의 비대위원의 의회 지역구나 고향 등을 살펴보면 균형 있는 지역 안배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비대위 구성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비대위’입니다. 여권 분열 등의 악재를 등에 업고 총선에 나서는 만큼 어깨가 매우 무거운데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원들의 잦은 탈당으로 인한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 잡는 것이겠죠? 4월 13일 총선까지 딱 77일 남았습니다. 쉴 틈이 없겠네요.

컷오프 휘두르니 우수수 공천 탈락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현역 의원 평가를 통해 특정 기준에 미달한 의원들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이른바 ‘컷오프’ 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1차 컷오프에서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된 10명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됐습니다. 공관위는 해당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공천 탈락 사실을 알렸습니다.

​컷오프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역구 : 5선 문희상 의원, 4선 신계륜 의원, 3선 노영민 유인태 의원, 초선 송호창 천정희 의원

비례대표 : 김현, 백군기, 임수경, 홍의락 의원

​공관위는 작년 11월 18일 기준 현역 의원 127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25명(지역구 21명, 비례대표 4명)에 대한 물갈이가 진행돼야 했지만, 기준일 이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탈당 사태가 이어지면서 대상 인원이 10명까지 줄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공관위는 2차 컷오프를 진행해 하위 20%에 속하지 않은 현역 의원들도 평가할 예정입니다. 3선 이상 현역 의원 중 하위 50%, 재선 이하 현역 의원 중 하위 30%가 2차 컷오프 정밀심사 대상자입니다. 공관위는 이번 1, 2차 컷오프, 경선, 결선투표 과정을 거치면 현역 의원의 물갈이 폭이 40~50%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19대 국회에서 당 비대위원장을 두 번이나 맡았던 문희상 의원이 가차 없이 컷오프 명단에 포함된 걸 보면, 앞으로의 공천 배제 심사 또한 피도 눈물도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천 배제를 통보받은 의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입니다. 유인태 의원은 "다 저의 부족이다. 저의 물러남이 당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며 당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으나, 김현 의원은 "사건(대리기사 폭행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평가한 것이고 이제 무죄가 났으니 이의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홍의락 의원은 자신의 공천 배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은 대구 북구을 출마 예정자인 홍 의원의 공천 배제를 반대하며, 만약 당 지도부가 홍 의원에 대한 컷오프 철회와 복당 추진을 하지 않을 시에는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 안팎으로 김 전 의원도 홍 의원과 함께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설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왔더라도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는 이 점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 홍의락 의원은 대구 경북에서 더민주당의 유일한 현역의원으로서 지역에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또 하나의 관심사는 공천 배제 의원 중 얼마나 되는 인원이 국민의당으로 둥지를 옮길까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현재 현역 의원 17명을 확보해, 국회 교섭단체(20석) 구성에 단 3석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괜찮은 현역 의원을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요. 국민의당으로 둥지를 옮길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송호창 의원입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정계에 입문했던 시절부터 그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차 컷오프로 의원 5명 공천 추가 배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관리위원회가 2차 컷오프 대상자를 공개했습니다.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 현역의원 5명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서울 마포을), 윤후덕(경기 파주갑), 부좌현(안산 단원을), 강동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최규성(전북 김제∙부안) 의원입니다.

이번 2차 컷오프는 1차 컷오프와 달리 대상자 이름이 직접 발표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2차 컷오프에 포함된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설정하고, 지역별 공천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는데요.

정청래, 윤후덕, 부좌현, 강동원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더민주는 이 지역에 당 차원에서 결정한 새로운 인물을 공천할 계획입니다. 전북 김제∙부안이 지역구였던 최규성 의원은 이 지역에 김춘진 후보가 단수 공천되면서 공천에서 자동 배제됐습니다.

지난 24일, 공관위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10명을 공천 탈락시켰습니다. 불출마자 5명과 2차 컷오프에 포함된 의원 5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20명의 의원이 공천 교체 대상이 된 셈입니다. 이는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더민주 재적 의원 108명의 18.5%에 해당합니다.

이번 2차 컷오프는 1차 컷오프 평가 하위 20%에 속하지 않은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3선 이상 현역 의원 중 하위 50%, 재선 이하 현역 의원 중 하위 30%가 2차 컷오프 정밀심사 대상자로 선정됐고, 이 중 5명이 최종 컷오프 대상자로 뽑혔습니다.

심사를 거쳤다고 하지만 결과를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습니다. 정확한 명단이 알려진 것은 아니나 컷오프 정밀심사 대상에 친노∙86운동권 출신 의원이 대거 포함됐단 소문이 돌았는데요. 국민의당은 더민주 당내 패권주의 청산이 야권 연대의 진정성을 보여줄 방법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해왔습니다. 이 마당에 정밀심사 대상에 친노∙86운동권 출신 의원이 대거 포함됐단 소문이 떠도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계파 청산을 야권 연대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추측도 덩달아 탄력을 받았죠.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의 2차 컷오프를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마음에 안들어’입니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은 더민주 2차 컷오프 결과가 알려진 이후 공식 논평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더민주의 기득권 핵심을 이룬 성골들은 살아남았다. 친노 패권주의가 오히려 확대재생산된 공천이다”라고 혹평했습니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해찬∙이목희∙정청래∙전해철∙김경협 의원의 공천 배제를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명단 중 이번 컷오프에 포함된 의원은 정청래 의원 한 명 뿐입니다. 윤후덕 의원도 친노 세력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앞서 국민의당이 공천 배제를 요구한 5명의 의원보다 중량감이 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정 의원과 윤 의원은 각각 ‘막말 파문’과 ‘자녀 취업 청탁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정작 기득권의 핵심에 있는 인물들을 도려내는데는 소홀했다는 것이 국민의당 측 주장입니다.

더민주는 내일(11일)도 추가 컷오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내일 추가로 발표될 컷오프 명단까지 놓고 살펴봐야 더민주 지도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컷오프 난국을 수습하는 컷오프 대상자 '정청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대의 아래 현역 의원 컷오프를 과감히 단행했는데요. 연이은 컷오프로 전체 현역 의원의 약 20%를 넘는 수가 공천에서 배제됐습니다. 14일 추가로 5차 공천심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공천 배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논란이 극단에 치달았습니다. 14일에 발표된 5차 공천심사 결과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함께 발표된 컷오프 명단에 소위 ‘친노 좌장’이라고 불리는 이해찬(세종) 의원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의 발표 이후 당이 정무적으로 자신을 공천 배제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친노 계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공천에서 하나둘 배제되면서, 이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 의원 사례를 보듯 공천에 배제된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본인의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거나, 국민의당에 합류하기 시작해 당 분위기 전체가 어수선합니다.

​이 상황을 수습한 인물은 김 대표가 아니라 다름 아닌 정청래 의원이었습니다. 정 의원은 지난 10일 발표된 2차 컷오프 명단에 포함돼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습니다. 그는 16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 당 지도부는 저를 버렸지만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 집 떠난 주인들은 속히 집으로 돌아와 달라”며 공천 배제를 승복하고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을 밝혔는데요.

​사실 이번 컷오프 갈등은 당의 쓴소리를 담당하며 여당과 직접 맞서온 정 의원을 공천 배제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그런 정 의원이 되려 사태를 수습하고 나서자 정 의원의 공천 배제를 반대해 온 당내 지지자들의 불만이 잦아들었고,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 계획을 세운 공천 배제 의원들은 오히려 멋쩍게 된 상황입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정 의원의 결단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정 의원의 백의종군을 "아픈 지지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디딤돌”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정 의원의 헌신에서 총선 승리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더민주 지도부는 정 의원을 총선 준비를 위한 요직에 앉혀 당 내부 세력을 결집하는 역할을 맡길 예정입니다.

김종인으로 시작해서, 김종인으로 끝나는 더민주?

도무지 바람 잘 날 없는 더불어민주당, 이번에는 ‘셀프 공천’이 문제입니다. 지난 2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이번 4.13 총선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렸습니다. 김 대표가 받은 비례대표 순번은 2번이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나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을 15번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받은 2번 순번은 사실상 국회에 진출하는 프리패스나 다름없습니다.

그동안 김 대표는 파격적인 인사 영입, 언론 대응, 발언 등으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논란도 있었지만, 더민주 의원들과 당원들은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는 김 대표에게 많은 힘을 실어줬는데요. 하지만 이번 셀프 공천을 보는 눈초리는 조금 다릅니다. 사심을 채우는 듯한 그의 모습이 여태껏 보여준 우직함에 먹칠을 하고 있죠. 정무적 판단이라며 현역 의원 다수를 공천 배제한 상황에 본인은 거저 배지를 달겠다고 비례 2번을 받았으니 당내 불만이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김 대표가 당 대표 직권으로 전체 비례 순번 35명의 20%인 7명을 전략공천으로 지명한 것도 논란입니다. 더민주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비례대표를 전략공천 지명할 수 있는 비율은 ‘당선안정권’의 20%입니다. 그동안 더민주 비대위나 공심위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당선안정권을 15번까지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김 대표가 사실상 되지도 않을 후보자들을 죽 나열해놓고 본인이 전략공천 지명할 수 있는 인원을 늘린 것에 대해 총선 이후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후보 간 비례 순번을 결정하는 방식도 문제였습니다. 비대위는 최종으로 추린 비례대표 후보 35명의 비례 순번을 정하기 위해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전략공천으로 지명된 7명의 비례 순번은 확정해놓은 채 나머지 28명을 A(1번~10번), B(11번~20번), C(21번~) 총 3그룹으로 나눈 후 중앙위원회가 그룹별 투표를 하도록 한 것입니다.

전체 순위로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그냥 투표 결과로 비례대표 후보들 줄 세우고 이에 따른 순번을 부여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하지만 그룹별 투표는 투표 결과가 그룹 내에서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전체 투표 순위에서 1위를 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해당 비례대표가 후보가 C그룹에 속해 있다면 전체 투표 순위 1위라 할지라도 비례 순번 21번을 받습니다. 당선안정권인 15번과는 거리가 꽤 있죠? 반면 A그룹에 속한 비례대표 후보들은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순번이 1번이 되든, 10번이 되든 모두 당선안정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룹별 투표 방식에 따르면 당 지도부가 애초 그룹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비례대표가 결정됩니다. 중앙위는 당이 아무리 정무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비례대표를 입맛에 맞게 구성하기 위한 차별적인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김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를 바라보는 당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20일간 당을 이끌어야 할 김 대표의 리더십 또한 급속히 힘을 잃고 있죠.

비대위는 지지층 이탈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1일 서울 모처에서 김 대표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비공개 회의를 갖고 김 대표의 비례 순번을 기존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는 중재안을 의결했습니다. 또한, 문제가 된 비례대표 순번 확정 방식을 그룹별 투표가 아닌 전체 투표로 변경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김 대표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입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대위원 2명이 김 대표와 회동을 하고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표는 국회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출입하며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김 대표는 21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만약 비대위가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더민주는 총선을 20일 앞두고 선장 없이 폭풍 속에 뛰어드는 꼴이 되는데요. 외부가 아닌 내부의 위기를 맞아 좌초 위기에 놓인 더민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