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Japanexperterna.se, flickr (CC BY)

지금 책과 전자책이 서로 치고받고 할 때가 아니다

aeon의 <Book or kindle, any kind of reading beats colouring-in>를 번역한 글입니다.


책 or 전자책

나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나는 글을 쓸 때 종이와 컴퓨터를 모두 사용합니다. 먼저 컴퓨터로 대략적인 내용을 친 다음 이를 출력해 다시 그 위에 연필로 내용을 덧붙입니다. 기사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분이나 습관에 따라 나는 모니터와 지면을 오갑니다. 나는 종이 신문을 사지는 않습니다. (어제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다시 돈을 내고 사는 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구독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면을 구독하면 인터넷 기사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아주 합리적이지요. 지면은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반면, 인터넷에서는 기사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볼 수 있고, 오래된 기사들을 또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위 사실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여기 어이없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책의 세상은 전혀 이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종이와 킨들,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종이책은 들고 다니거나 선물로 주기에, 직접 여백에 글을 쓰기에 적합합니다. 전자책은 검색이 가능하고, 늘 찾아볼 수 있으며, 내용 사이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둘 중 한 가지만을 골라야 합니다. 둘 모두를 원한다면 돈을 두 배로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일랜드의 작가 줄리안 거프는 최근 트위터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2015년의 작가들은 종종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출판사들이 종이책 한 권에 2~3만 원을 받을 거라면 (한계비용이 0인) 전자책도 여기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단 말이지.’ 또,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찾을 수도 없으며 필요할 때 뒤져보기 위해서는 언제나 가방에 넣고 이고 다녀야하는 이 무거운 녀석을 사는 데 큰돈을 낼 수밖에 없었지.’라고 썼습니다.

책과 전자책, 함께 논의할 때다

이 문제는 순전히 돈의 논리 때문입니다. 책의 본질이나 디지털 파괴, 또는 독자나 작가의 바람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음악의 경우, ‘오토립(AutoRip’)과 같은 서비스는 내가 실제로 구매한 음반의 디지털 파일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나 책의 세상에서는 한쪽에는 출판사들이, 그리고 다른 쪽에는 아마존이 서서 출판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하면 더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물론 수익을 내지 않으면 그 사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좋은 출판사들이 오랫동안 좋은 책을 내주기를 바랍니다. (아마존이 하는 것 같은 이상한 수익모델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어떻게 하면 글로 쓰인 지식과 문화를 널리 전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종이와 디지털 매체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을지와 같은 유익한 토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과거 책이 영화를 누리던 시기의 향수에 빠진 사람들에 진저리가 납니다. 그리고 같은 정도 만큼, 디지털화할 수 없는 것들을 무시하는 기술 광신자들 역시 답답합니다. 물론 내가 가장 싫은 것은 똑같은 내용을 손에도 쥐고 싶고, 검색도 할 수 있기 위해 두 번을 사야 하는 것입니다.

또 덧붙이고 싶은 것은, 출판의 미래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유아적 취향이 결합하여 최근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성인용 색칠 책에 있다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색칠하기 자체를, 또는 실제 어린 아이들이 종이에 색칠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종이에 쓰인 무언가를 읽거나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것이 좋은 교육 방법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나는 그저 책의 미래가 진부한 배려나 고급 필통 이상의 것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책의 경쟁자는 '다른 모든 것'

여기서 한 가지를 고백합니다. 내가 쓴 가장 최근의 책은 종이책으로만 나왔습니다. 제목은 <책이 살아있어요! (Live This Book!)>입니다. 펭귄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에서 우리는 종이와 출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무거운 종이, 질감이 있는 종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종이, 그러면서도 낙서, 스케치가 가능하고 독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으면서 열린 질문들을 던집니다. 이 책을 낸 것은 내가 디지털 기술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단어들, 펜, 종이, 키보드, 화면 등이 서로 멀리 떨어져 불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서로의 한계를 서로를 향해 밀어붙이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책은 더 이상 다른 책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 사실을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책은 이제 캔디 크러시와 다른 모든 것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진짜 싸움은 전자책과 종이책, 또는 아마존과 하쳇이 아니라 세상을 글로 표현하려는 사람과 색칠된 도형들을 일렬로 맞추라고 유혹하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자, 작가, 출판사 여러분, 잘 들으세요.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방은 서로가 아니라 지루하다는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뽑는, 그리고 책과는 영원히 담을 쌓으려는 누군가입니다.


출처 : 뉴스페퍼민트 <종이책과 전자책이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