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핏 기업(benefit corporation)

Alper Çuğun, flickr (CC BY)

'착한 기업'의 등장에 주목하라

아틀란틱의 <A New Business Strategy: Treating Employees Well>를 번역한 글입니다.


하루 종일 칸막이 사이에 앉아 고객의 불만과 요구 사항을 접수하는 콜센터는 얼핏 생각하기에 그다지 행복한 일터가 아닙니다. 하지만 225년 역사를 자랑하는 밀가루 제조업체 “킹 아서 밀가루(King Arthur Flour)”의 콜센터는 조금 다릅니다. “복도 한 가운데 1달러 지폐를 떨어뜨려 놓으면 누군가가 그걸 주워서 찾아가라고 공지를 올리는, 그런 따뜻한 분위기예요.” 한 직원의 설명입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이익 창출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환경까지 생각하는 베네핏 기업(benefit corporation),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2010년 메릴랜드 주가 최초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후, 27개 주에서 베네핏 기업으로의 사업자 등록을 허용하는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각 주에는 이른바 B-기업 인증 제도가 있습니다. 외부의 비영리 기구가 기업의 운영 방식, 인사 제도, 채용 행태 등 여러 분야에 점수를 매겨 베네핏 기업임을 인증하는 것이죠. 한 번 인증을 받았더라도, 다음 번 평가에서 점수가 부족하면 인증이 취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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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기업 인증 제도를 운영하는 B Corporation(www.bcorporation.net)

킹 아서 밀가루는 작년에 “고용인” 부문에서 인증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는 킹 아서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뜻입니다. 모든 직원은 일주일의 유급 양육 휴가를 쓸 수 있고, 근무 시간을 활용해 40시간까지 외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 곳곳에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또는 야채 바구니가 지급되죠. 의사 결정 구조가 기존의 기업과는 달리 매우 수평적이고, 때로는 그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직원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종류의 단기 이익을 가져오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더하고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것이 킹 아서의 철학입니다. 킹 아서는 100% 직원 소유의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압박에서 자유롭고 연방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도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죠. 킹 아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지, B-기업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기업이 소속 직원들을 잘 대접하고 보살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2차대전 직후에만 해도, 미국의 기업들은 인재를 잡아두기 위해 다양한 직원 복지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인력풀이 커지자 사람을 구하는 일이 쉬워졌고, 주주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는 쪽으로 재계의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경제학자들은 기업 문화가 다시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뉴잉글랜드의 식료품 체인인 “마켓 배스킷(Market Basket)”이 직원 복지와 고객 관리를 중시하던 CEO를 해고하자 직원들의 항의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회사는 CEO를 다시 고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혹자는 이 사건을 두고 “이해당사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코챈 교수는 “사람들이 기업의 금융화가 너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기업이 주주 뿐 아니라 직원과 고객을 위해야 한다는 점, 기업도 극도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모두가 “착한 기업”의 등장을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대학원에서 베네핏 기업에 대해 가르치게 된 것도 매우 최근의 일이고, 투자자들 가운데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크 앤드리슨은 포브스 주최 컨퍼런스에서 베네핏 기업을 보트하우스에 비유하며 “좋은 집도, 좋은 보트도 아니다”라고 혹평했습니다.

베네핏 기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과제도 많습니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베네핏 기업이라 부르면서도 어떤 식으로 사회와 환경에 기여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지겠지만. 그러한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윤리적으로” 운영되는 회사, 직원의 장기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회사가 더 효율적이고 높은 수익을 낸다는 MIT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킹 아서 밀가루의 경우, 2003년 이후 대량으로 직원을 해고하는 일 없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둘러본 킹 아서의 분위기는 확실히 평범한 회사와 조금 달랐습니다. 직원들 간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활기가 넘쳤죠. 내가 다니는 직장이 좋은 직장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열심히 일하고, 그런 직장의 분위기가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끌어모으는 것이 킹 아서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