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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시위 금지법 A-Z

"전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복면 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 박근혜 대통령 2015년 11월 24일 국무회의

dfactory, flickr (CC BY)

불법시위 단순 참가자도 복면 쓰면 재판 간다고 전해라~

“집회 현장에서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는 (복면 금지)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이 시각 이후부터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

김현웅 법무부 장관, 11월 27일 담화문

“복면 착용 불법집단행동 사범은 단순 참가자로서 직접적 폭력 행사가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구공판(정식재판 회부)”

대검찰청, 12월 3일

검찰은 “기존 처리 기준상으로도 불법집단행동 사범이 신원을 숨기기 위해 복면(마스크 포함)을 착용했다고 판단되면 구형 가중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즉, 복면금지법처럼 시위자의 복면 착용을 원천 금지할 수는 없지만, 불법집단행동에 연루되었을 경우 구형을 가중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검찰은 복면을 착용한 불법집단행동 사범에 대해 △복면 착용을 공소사실에 반드시 기재하고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단순 참가자도 약식기소 없이 정식 재판에 회부하며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에 대해 복면 착용을 구속사유(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에 적극 반영하는 것으로 처리기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형은 검찰의 몫이나,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사법침해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양형 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하는데요. 법무부 장관은 양형위원 13명 중 검사 2명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한편, 5일 법원은 경찰이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행진’을 금지한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5일 집회가 경찰이 우려한 대로 폭력 시위로 번진다면, 복면금지법 도입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판정단 “복면을~ 벗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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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복면을 한 시위 참가자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에 비유한지 하루 만에 여당 의원들이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새누리당 의원 32인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대학 입학전형을 위한 시험을 시행하는 날에는 집회 또는 시위를 제한하도록 함

나. 집회·시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총포, 쇠파이프 등의 제조·보관·운반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함

다. 폭행, 폭력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에는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 등의 착용하는 것을 금하고, 주최자의 준수사항을 거듭 위반하는 경우에는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함

라. 벌금액을 상향하여 현실화함

20151114_민중총궐기 대회

경찰 등 복면시위 금지에 찬성하는 측은 ▲복면이라는 익명성에 취해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질 개연성이 크고 ▲복면을 쓴 불법 시위자의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시위대의 복면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594명이 폭력 시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했으나, 이중 74%인 441명이 복면이나 마스크를 착용해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복면 시위를 금지하려는 개정안에 대해 이미 “복면 금지 규정은 복면을 착용한 시위자가 불법폭력 집회 시위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하므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위축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폭력 시위가 있다 하더라도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예비 행위를 처벌하는 것인데 이는 과잉 범죄화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직접 복면시위 금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 적은 없지만, 2003년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근처에서 집회 및 시위를 열지 못하도록 한 집시법 제11조에 대한 위헌 소원(2000헌바67 등)에서 ‘집회의 자유’의 보장 내용에 대해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시위 참가자의 복면을 금지하는 행위는 ▲성 소수자나 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으로 신원 노출이 어려운 사람 또는 직장 및 소속 단체와 이해관계가 다른 시민의 시위 자유를 축소하고, ▲침묵시위의 표시로, 혹은 경찰의 불법 채증을 피하거나 캡사이신 물대포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단순집회 참가자를 탄압하는 데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25일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복면 시위 금지법’의 역사는 무려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7대 국회에서 한 번, 18대 국회에서 두 번 발의됐으나 기본권 침해 논란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1. 민주당 이상열 의원 - 2006년

2006년 당시 평택 팽성읍 대추리의 미국기지 이전 반대 시위가 과격하게 흐르자, 민주당 이상열 의원 등 13인이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신설 조항) 집회 및 시위시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거나 신분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함

이 법안은 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습니다.

2.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 – 2008년

2008년 봄과 여름, 미국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 협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광화문에서 열렸습니다. 이에 그해 8월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 등 14인이 마찬가지로 복면시위 금지법을 내놨습니다.

(신설 조항)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 등의 도구를 소지 또는 착용하는 것을 금지함

이 법안은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습니다.

3.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 2008년 발의 및 철회, 2009년 재발의

(신설 조항)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 및 참가자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원확인을 곤란하게 하는 가면, 마스크 등의 복면 도구를 착용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에 처하고, 복면의 제거 요구에 대해 2회 이상 불응한 경우 해산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함 

다만 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에 비추어 참가자의 신원이 노출되면 참가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와, 집회 또는 시위의 목적.규모.일시.장소 등을 고려할 때 공공질서를 침해할 위험이 현저하게 낮은 경우는 제외

이 법안도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습니다.

복면 금지 ‘선진국(?)’은 어디인가

“미국·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선진국들도 국가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를 위해 복면 금지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 19일 당 최고위원회

실제로 미국의 뉴욕과 플로리다 등 15개 주, 캐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이 공공장소나 집회에서 얼굴을 가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


미국 뉴욕주는 복면을 착용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부자연스러운 차림 및 변장을 한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배회하거나 모이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뉴욕주의 ‘복면 금지법’은 1845년 처음 도입됐는데요. 소작농들이 ‘인디언’(원주민) 복장을 하고 지주들을 공격한 데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640px ku klux klan virgina 1922 parade National Photo Company Collection, Wikimedia(CC BY)
Ku Klux Klan 퍼레이드, 1922년 버지니아 (이러고 다니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 오래된 법은 1999년 다시 주목 받게 됐는데요. 뉴욕시가 이 법에 근거해 인종차별주의 단체인 KKK(Ku Klux Klan)의 맨하탄 복면 집회를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주 외의 미국의 많은 주가 복면을 금지하는 이유는 이처럼 KKK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월스트리트를 점거하자(OWS; Occupy the WallStreet)’ 시위에서 경찰이 이 법에 근거해 ‘가이 포크스’ 마스크를 쓴 시위자를 체포하자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캐나다에선 폭동이나 불법 집회에서 적법한 이유 없이 신원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변장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은 비교적 최근인 2013년 9월에 의회를 통과(찬성153 : 반대126)했습니다.

밴쿠버 연고팀이 스탠리컵(프로 아이스하키리그 결승전)에서 패배하자 1994년과 마찬가지로 2011년에도 거리 폭동이 일어났고, 대학 등록금 동결을 요구한 2012년 장기 시위(2월~9월) 중인 5월 20일 퀘백 의회가 복면 시위 금지안을 새벽에 통과시킨 후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흐른 것이 법안 발의의 계기가 됐습니다.

독일


독일은 신원 확인을 방지할 목적이 있는 모습으로, 혹은 신원 확인이 안 될 만한 모습으로 공공 집회에 참여하거나 그 장소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는 물건을 들고 집회에 가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the fourth reich

이 법은 비교적 이른 1985년 도입됐고,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이 법을 계수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 및 1980년대 초반 네오나치(신 나치)의 폭력 활동이 이 법안 제정 배경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네오나치들은 복면은 물론 유대인의 시오니즘을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검은색과 흰색의 팔레스타인 케피예 천을 얼굴에 두르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프랑스는 2009년 8월 공공 질서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신원확인을 방해할 목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같은 해 4월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 회의 당시, 복면이나 발라클라바(balaclava) 등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고 세관 출장소에 불을 지른 후 취한 조치입니다.

2011년에는 ‘부르카 금지법’을 통해 시위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이 밖에도 스페인과 덴마크,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도 복면을 금지하는 법안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KKK와 네오나치 등 혐오주의로 몸살을 앓은 나라와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시위대를 KKK나 네오나치 급으로 본다면 또 다르겠지만요.)

불법시위 단순 참가자도 복면 쓰면 재판 간다고 전해라~

“집회 현장에서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는 (복면 금지)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이 시각 이후부터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

김현웅 법무부 장관, 11월 27일 담화문

“복면 착용 불법집단행동 사범은 단순 참가자로서 직접적 폭력 행사가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구공판(정식재판 회부)”

대검찰청, 12월 3일

검찰은 “기존 처리 기준상으로도 불법집단행동 사범이 신원을 숨기기 위해 복면(마스크 포함)을 착용했다고 판단되면 구형 가중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즉, 복면금지법처럼 시위자의 복면 착용을 원천 금지할 수는 없지만, 불법집단행동에 연루되었을 경우 구형을 가중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검찰은 복면을 착용한 불법집단행동 사범에 대해 △복면 착용을 공소사실에 반드시 기재하고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단순 참가자도 약식기소 없이 정식 재판에 회부하며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에 대해 복면 착용을 구속사유(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에 적극 반영하는 것으로 처리기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형은 검찰의 몫이나,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사법침해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양형 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하는데요. 법무부 장관은 양형위원 13명 중 검사 2명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한편, 5일 법원은 경찰이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행진’을 금지한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5일 집회가 경찰이 우려한 대로 폭력 시위로 번진다면, 복면금지법 도입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