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꽈리열매가 있는 에곤 쉴레의 자화상, 1912

나이는 위대한 예술을 창조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요?

가디언의 <The seven ages of an artist>를 번역한 글입니다.


하루는 사람들이 작업실에 앉아 울고 있는 일본 화가 호쿠사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림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울고 있었던 그의 나이는 80세였습니다. 8년 후 임종을 맞이하며 그는 “10년만 더 살 수 있었다면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있었을 텐데”라며 한탄했습니다. 우리의 시각에 호쿠사이는 분명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천재였습니다만, 그 자신은 70세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가가 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만일 일찍 죽는다면 어떡하나요? 라파엘로, 와투, 반 고흐는 서른일곱에 죽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서른다섯, 제리코는 서른셋, 쇠라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서른하나에 사망했습니다. 쉴레는 스물여덟에 죽었습니다. 만일 고갱이 쉴레와 같은 나이에 죽었다면 아마 우리는 그의 이름을 알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첫 번째 걸작인 <햄>은 그의 나이 마흔에 그린 작품입니다.

Theham
폴 고갱의 첫 번째 걸작으로 평가받는 <햄>, 그는 마흔에 이 작품을 그렸다.

시작이 늦었던 예술가들도 있지만(반 고흐는 20대 중반까지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요즘 젊은 예술가들은 대학 때부터 자기만의 색채를 드러내야 한다는 압력을 받습니다. 한편 로르 프루보스트는 이른 성공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른 성공을 거둔 이들은) 20대에 주목을 받다가 나중에 실패에 맞닥뜨리는데, 보통 그 이유는 “충분히 노력할 기회가 없었거나, 충분히 헤매 보지 못한 탓”입니다.

아마 처음엔 별다른 전망 없이 예술작품을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겠지만, 일단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같은 화풍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삼사십 대에 접어든 예술가들은 화랑이나 잠재적 고객들이 받아들일 만한 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뒤따르는 어려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쉰줄에 접어들면 이제 모든 노고와 노동, 즐거움과 함께 오래도 이 일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드가는 자조를 담아 말하길, “스물다섯엔 모두가 재능이 넘치죠. 진짜 어려운 건 쉰까지 그 재능을 유지하는 겁니다.” 예순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가 버려지리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일흔에는, 어떤 예술가들은 호쿠사이처럼, 주목과 관심이 비껴감에 상관없이 마침내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Sorrowking
앙리 마티스(1869-1954) 作 <왕의 슬픔> 1952, 색종이 꼴라쥬

가장 극적인 예술은 때때로 대단히 늦게 찾아옵니다. 말년의 티치아노, 피카소, 마티즈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대신 콜라주를 고안해낸 것처럼, 젊을 때보다 오히려 80대에 접어들었을 때 한층 과격하고 역동적인 화풍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긴박감은 어떤 나이에라도 찾아듭니다. 마흔여덟의 조지 쇼는 자신을 천국으로 인도할 날개 달린 전차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며,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은 놀라우리만치 솟아오릅니다.

예술에 영원히 몸바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르셀 뒤샹은 마지막 30년 동안의 시간을 체스를 두고 가르치는 데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 예술이란, 직업이라기보단 소명입니다. 올해 백 살을 맞이하는 위대한 쿠바의 화가 카르멘 에레라는 여든아홉까지 작품을 팔지 않았으나 매일 아침 일어나 그림을 그립니다. 그녀는 20대에 서둘지 말 것을, 그리고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예술가가 되려고 선택하는 건 당신이 아닙니다. 예술이 당신의 내부를 잠식하죠.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