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지수와 성불평등지수

UN Women, flickr (CC BY)

우리나라 양성격차는 115위? 17위?

19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145개 평가국 중에서 115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1, 2, 3위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가 차지했고 동아시아 국가 중 중국은 91위, 일본은 101위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UN개발계획이 발표한 2014년 국가별 인간개발지수(HDI) 중 우리나라의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GII)는 17위 수준입니다. WEF의 GGI만큼 최악의 순위를 기록하진 않았던 겁니다. WEF의 GGI와 UNDP의 GII는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공통의 시사점을 던져줬을까요?

먼저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의 GGI를 살펴볼까요?

성격차지수(GGI)는 인간개발수준이나 국가의 소득수준과는 무관하게, 14개 주요 변수에서 남녀의 ‘상대적 격차’를 측정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보다 GGI가 높은 국가의 절대적 여권이 우리나라의 여권보다 높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교육 부문 지표를 볼까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등록 부문’의 성비는 『여성 97 : 남성 98』로 나와 있습니다. 점수로 환산하면 0.99점이고, 순위로는 83위입니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법제화됨은 물론 굉장히 잘 준수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83위를 받은 것은 좀 의아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나미비아는 ‘초등교육 등록’에서 만점을 받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비가 『여성 89 : 남성 85』인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미비아 여아의 초등교육 지표가 절대적으로 상위 수준인 것은 아니지만, 자국 남아보다 더 등록률이 높기 때문에 나미비아가 이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대학) 등록률 지표도 뭔가 낯섭니다. 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이미 2009년에 남학생 대학 진학률을 제쳤는데요. 성격차 리포트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등록’ 점수가 0.75점, 순위로는 116위라고 이야기합니다. 군대에 복무 중인 남자 대학생을 대학 재학생으로 포함시켜 이 점수가 왜곡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나 교육 및 보건 분야는 각 국가별 점수 편차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순위 결정에 큰 영향을 준 부문은 경제 및 정치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점수를 다시 짚어보면 『경제 125위 (0.557점), 교육 102위 (0.965점), 보건 79위 (0.973점), 정치 101위 (0.107점)』이었습니다.

르완다(6위)의 순위가 높게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르완다는 교육부문에서 112위 / 보건부문에서 91위를 받았지만, 경제 부문 14위 / 정치부문 7위를 받고 종합 6위를 기록했습니다. 르완다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63.8%에 달합니다. 르완다는 2003년 ‘성 인지적 헌법’을 도입해, 모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이 3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및 정치 분야 세부 항목 점수와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Econ poli

UN 개발계획의 지표는 어떨까요? UNDP는 각 국가의 인간개발지수(HDI)를 측정할 때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도 평가합니다. 우리나라는 2014년 GII 순위 17위를 기록했습니다. WEF의 GGI보다는 굉장히 산뜻한 숫자입니다.

대한민국은 UNDP의 GII 조사에서 낮은 모성사망비, 낮은 청소년 출산율, 양성 모두 높은 중등교육 수료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성 의석률(15.67%)은 19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118번째 수준이며, 여성의 노동참가율과 남성의 노동참가율 차이도 큰 편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자료에 근거에 OECD 27개국의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1위는 78.7점을 받은 노르웨이이며 우리나라는 15.5점을 받아 27위에 자리했습니다.


WEF의 GGI와 UNDP의 GII 모두에서 대한민국 여성의 경제 및 정치 참가율이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 격차, 유리천장, 여성의 낮은 정치 참여율이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뜻입니다.

경제와 정치 참여 문제는 교육이나 보건 문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참여’ 문제는 개인의 ‘선택’ 혹은 ‘노오력’과 결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 특정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 사회 구조 및 문화가 개인과 집단에게 미치는 영향을 되짚어야 합니다.

여성이 전문직 진출을 꺼리고, 임금이 낮은 직종을 선택하고, 결혼/출산 후 직장을 그만둬 경력이 단절되고, 직장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임원까지 오르지 못하고, 국회의원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은 것에 사회적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