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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미얀마 총선

2015년 11월 9일 열린 미얀마 총선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이끄는 민주민족동맹(NLD)이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미얀마 민주화에 뛰어든 지 27년 만에 얻은 값진 결실입니다.

미얀마 문민정부 출범, 수지 의원은 4개직 장관 겸직

미얀마가 50여 년의 군부 통치를 끝내고 문민정부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30일, 군부 출신 테인 세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후임 대통령 틴쩌가 미얀마의 제9대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틴쩌 대통령은 아웅산 수지 의원이 자신을 대신해 대통령직에 앉힌 인물로, 수지 의원의 최측근 중 하나입니다.

미얀마 민주화와 민주민족동맹(NLD)의 집권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지 의원이 대통령직에 앉지 못한 이유는 군부가 개정한 미얀마 헌법 때문입니다. 미얀마 현행 헌법에는 외국 국적을 가진 가족이 있는 경우 해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수지 의원은 영국인과 결혼했고 슬하의 두 자녀 모두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틴쩌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연설 자리에서 수지 의원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 현행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 정부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헌법, 민주적 기준에 맞는 헌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틴쩌 미얀마 대통령

하지만 개헌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의회 전체 의석의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 의회 의석의 25%는 군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 수뇌부는 미얀마 민정 이양에는 동의했지만, 수지 의원의 대통령 출마는 반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틴쩌 대통령과 수지 의원은 의원 내 군부 세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수지 의원은 대통령실, 외무부,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등 총 4개 부서의 장관직을 맡아 틴쩌 내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가 대통령 뒤의 막후 실권자 역할을 하며 미얀마의 정치∙사회 전반을 두루 돌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수지

군부는 어떻게 미얀마를 집어 삼켰는가?


1886년 영국의 식민지가 된 미얀마(당시 버마)는 약 60년간의 식민 시기를 거칩니다. 1924년부터 1945년까지는 영국을 몰아내고 미얀마를 차지한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죠. 하지만 1945년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하자 아웅산수지(Aung San Suu Kyi) 사무총장의 아버지인 아웅산(Aung San) 장군을 중심으로 모인 미얀마인들은 1947년 자치공화국을 수립해 독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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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

아웅산 장군은 32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미얀마의 독립을 위해 치열한 항쟁을 벌입니다. 아웅산 장군은 당시 영국과 일본에 대항해 미얀마의 독립을 주도했으며, 독립 이후에는 자치공화국 수립을 이끈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아웅산 장군은 완벽한 독립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연방 독립을 6개월 앞둔 1947년 7월, 정치적인 의견 충돌로 갈등을 빚은 독립운동 동지 우 쏘(U Saw)의 사주에 의해 암살당합니다.

1962년, 미얀마 군부의 네 윈(Ne Win) 장군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는데요. 그렇게 약 53년간 군부가 미얀마를 지배합니다.

아웅산수지는 누구인가?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미얀마의 국부라고 칭송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이기도 하죠.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1960년 어머니가 인도 대사에 부임하면서 미얀마를 떠나 인도로 건너갑니다. 이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뉴욕 UN 본부에서 근무하는 등 외국 생활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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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수지 사무총장

하지만 1988년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미얀마로 돌아온 그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인 1988년 8월 8일, 군부의 탄압와 경제 파탄에 분노한 미얀마 민중이 이른바 ‘8888항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민중은 아웅산 장군의 딸인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을 이끌어주길 요구합니다. 결국,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민중의 뜻을 받들어 정치에 투신합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야당과 민주세력을 규합해 민주민족동맹(NLD)을 창설하고, 사무총장 역을 맡습니다.

또 하나의 군부


민주민족동맹을 중심으로 한 미얀마 민중의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자, 정권을 잡고 있던 군부 지도자 네 윈은 통치자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네 윈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기쁨도 잠시, 미얀마 군부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신군부는 1989년 7월 그를 1년간 가택연금합니다. 10개월 뒤인 1990년 5월, 신군부는 8888항쟁의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총선거를 진행하는데요. 결과는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이끄는 민주민족동맹의 압승이었습니다. 하지만 신군부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무효 처리합니다. 더불어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가택연금은 무기한으로 연장됩니다. 군부가 신군부로 바뀌었을 뿐, 미얀마 민중은 민주화의 염원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후 ​신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탄 슈웨(Than Shwe) 대령은 1992년 국가평화발전위원회 의장 자리에 올라 약 20년간 미얀마를 지배합니다.

15년간의 가택연금


중간에 잠시 가택연금이 해제된 시기도 있지만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군부에 의해 총 15년간 가택연금 당하는데요. 1991년,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지만, 가택연금으로 인해 상을 직접 받지 못합니다. 더불어 지난 1999년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영국인 남편이 영국에서 사망했을 때도, 그는 본인이 외국으로 나갔다 돌아올 때 신군부가 입국을 허락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남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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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연금이 해제된 다음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아웅산수지 사무총장

2010년 11월, 미얀마 신군부는 총선을 통해 민간 정권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에 권력을 이양합니다. 하지만 이 통합단결발전당은 신군부의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받는 친군부 정당입니다. 야당을 비롯한 민주세력은 통합단결발전당의 집권을 신군부의 연장선 격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신군부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가택연금은 해제됩니다. 이후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합니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2015년을 위한 5년


신군부는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가택연금을 2010년 11월에야 해제합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가택연금 해제가 있기 일주일 전, 미얀마에는 총선이 열렸는데요.

​당시 가택연금 상태였던 아웅산수지 사무총장 또한 의원 출마를 준비하지만, 신군부는 형사 처벌 기록이 있는 자의 의원직 출마를 금지한다며 훼방을 놓습니다. 민족민주동맹은 이에 반발해 총선 참여를 거부합니다. 2010년 미얀마 총선에서 신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이 낙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민족민주동맹 대다수 후보가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2012년 4월에 실시한 보궐선거를 통해 양곤 선거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됩니다. 당시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을 비롯한 민족민주동맹 인사들에 대한 미얀마 민중의 지지는 상당했는데요. 민족민주동맹은 보궐선거 전체 의석 45석 중 43석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3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1월 8일 미얀마 총선이 열렸습니다. 2010년 신군부가 권력을 민간 정부로 이양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는 것이었는데요. 그 결과는 어떨까요?

안녕, 군부


결과는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이끄는 민주민족동맹의 압승입니다. 미얀마 타임스에 따르면 개표 4일째인 11일 오후 12시 기준으로 총 1,171개의 선거구 중 하원 선거구 156석, 상원 선거구 33석, 지방의회 선거구 288석에 대한 개표(개표율 40%)가 완료됐으며, 이중 민주민족동맹이 하원 선거구 134석, 상원 선거구 29석, 지방의회 선거구 234석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현재 개표 상황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민주민족동맹의 중앙의회(하원 + 상원) 의석 점유율은 약 86%에 달합니다. 반면 현 미얀마 여당 통합단결발전당은 상, 하원 통틀어 10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더불어, 아웅산수지 사무총장 또한 기존 자신의 지역구인 양곤에서 하원 의원으로 출마했는데요.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총 5만4천676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고 합니다.

아직 전체 개표율이 40%대이지만, 이대로만 개표 절차가 진행된다면 민주민족동맹의 승리는 거의 확실합니다. 그 말은 곧 지난 53년간 이어져 온 군부 지배가 끝난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미얀마 의회

민주민족동맹의 압도적인 승리, 그래서 아웅산수지 사무총장과 민주민족동맹은 미얀마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걸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미얀마 의회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얀마 의회의 상∙하원 의석은 총 657석입니다. 이중 상원 의석은 224석, 하원 의석은 433석인데요. 특이하게도 미얀마 헌법은 상∙하원 의석 657석 가운데 25%인 총 166석(상원 56석, 하원 110석)을 군부에 상시 할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얀마 국민은 이 166석에 대해서 아예 투표도 할 수 없습니다. 군부 독재의 폐해죠.

​이번 총선도 동일한데요. 미얀마의 각 정당은 상∙하원 의석 657석 중 166석(군부 의석)을 제외한 491석(정당 의석)을 두고 경쟁했습니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군부가 의회 의석의 25%를 무조건 챙겨가기 때문에 다른 정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 657석의 과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57석의 과반은 329석인데요. 여기서 군부 의석 166석은 어차피 정당이 확보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를 제외한 정당 의석 491석 중 전체 의석의 과반 329석(정당 의석의 67%)을 확보해야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미얀마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전체 491석 중 306석(개표율 62%)에 대한 개표가 완료됐습니다. 이중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의 민주민족동맹은 총 256석을 확보했는데요. 현재 개표가 완료된 의석 중 약 83%에 해당하는 의석을 민주민족동맹이 차지한 셈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정국 주도권을 위한 과반 의석 비율인 67%를 훌쩍 넘긴 상황입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 그리고 민주민족동맹이 이끄는 미얀마, 충분히 가능합니다. ​

의회는 확보했고, 이제 대통령이 관건이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이끄는 미얀마 민주민족동맹(NLD)이 미얀마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13일(미얀마 현지시각 오전 12시 기준), 미얀마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민족동맹은 하원 238석, 상원 110석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앞서 스토리에 언급했듯, 민주민족동맹이 군부의 영향력을 벗어나 단독 집권하기 위해서는 총 657석의 과반인 329석을 확보해야 합니다. 민주민족동맹이 현재까지 확보한 의석수는 상하원 통틀어 348석입니다. 의회 단독 집권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민주민족동맹은 이후 정국 운영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습니다. 신군부 인사로 현재 미얀마 대통령직을 맡은 테인 세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패배를 인정하며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제 민주민족동맹에게 남은 과제는 대통령 선거와 군부와의 관계 설정입니다. 미얀마 차기 대통령 선출은 내년 3월에 열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진행되는데요. 상원, 하원, 군부 의원단이 각 1명씩 후보를 추천하며, 이들 후보 중 최고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은 부통령이 됩니다.

“그러면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대통령할 수 있겠네?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008년 헌법을 개정해 외국인 배우자, 자녀를 둔 국민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는데요.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영국인 배우자와 영국 국적의 아들 2명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 조항을 개정해야만 합니다. 민주민족동맹은 이번 총선 이후 바로 개헌 작업에 착수해 내년 3월 전까지 개헌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원활한 개헌을 위해서는 군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어쨌거나 군부는 의회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미얀마 군부가 정치 시스템에 심어놓은 구조적인 걸림돌이 민주민족동맹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미얀마의 국방, 내무, 국경장관 등 정부의 핵심 요직은 군부 최고사령관이 임명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요. 정부 운영을 위해서도 군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일 군부 핵심 세력인 테인 세인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슈웬 만 하원 의장과 함께 4자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담은 모든 개표가 완료된 이후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군부의 원활한 협조를 확보하기 위해 현 군부 정권의 권력을 일정 부분 인정하거나 앞으로 민주민족동맹이 가져갈 정치적 지분을 일부 나누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입니다.

미얀마 총선 종료, 민주민족동맹의 승리

지난 8일부터 실시한 미얀마 총선의 개표 작업이 지난 16일 모두 완료됐습니다.

​결과는 예상하시다시피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이끄는 민주민족동맹(NLD)의 압승입니다. 미얀마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민족동맹은 하원 255석, 상원 135석, 지방의회 492석을 차지했습니다. 합하면 총 882개 의석을 차지한 셈인데요. 이는 1,171개 전체 의석의 75%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Myanmar end 민주민족동맹 공식 페이스북
총선 종료 이후 상하원 합동 회의에 참석한 아웅산수지 사무총장

​단독 정부 구성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상하원 의석은 전체 657석 중 390석을 차지했습니다. 상하원 전체 의석의 59%를 민주민족동맹이 가져간 건데요. 군부 의석 비율 25%를 제외하고도 과반 의석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민족동맹은 단독 정권을 출범할 수 있게 됐으며, 추진 중인 헌법 개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반면, 현재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하원, 29석, 상원 12석, 지역의회 72석을 차지해 전체 의석의 10%를 차지하는데 그쳤습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을 포함해 이번 총선으로 새로 선출된 의원들은 내년 1월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이후 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데요.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내년 3월 29일에 임기를 마무리하는 테인 세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 새 정부를 출범합니다.

미얀마 대통령과 아웅산수지 사무총장, '평화적인 정권 이양' 합의

지난 2일, 미얀마 민주민족연합(NLD) 사무총장이자 하원 의원인 아웅산수지 여사가 총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자 군부의 수장인 테인 세인과 면담을 했습니다.

이번 면담은 총선의 윤곽이 가려진 직후,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지도자들과의 면담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는데요.

면담이 있기 전, 미얀마 주요 언론과 외신들은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양받기 위해 현재의 군부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을 일부 인정해주는 등의 이른바 ‘딜’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얀마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테인 세인 대통령은 아웅산수지 여사와의 면담에서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테인 세인 대통령이 어떤 조건을 내걸었는지, 아니면 아무 조건 없이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약속한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어쨌든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민족연합 입장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 이양에 대한 확답을 받은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아웅산수지 사무총장은 이후 군 최고사령관, 하원 의장 등과 면담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아웅산 수지의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아웅산 수지 의원이 이끄는 민주민족동맹(NLD)는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50년이 넘게 이어진 미얀마 군부 통치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2월 1일, 새롭게 구성된 미얀마 의회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개원식을 하고 공식 출범합니다. 민주민족동맹이 상하원 전체 의석 중 59%에 해당하는 390석을 확보한 상태이므로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끌어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총선 승리를 이끌며 입지를 단단히 다진 수지 의원이 향후 정국 운영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입니다. 수지 의원은 총선 직후 대통령 위에서 나라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주민족동맹 또한 2월 중에 수지 의원을 잘 지원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며, 3월 내에 내각 구성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정국 운영의 중심이 대통령보다는 수지 의원 쪽으로 쏠리리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군부가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상 배우자 혹은 자녀 등 직계가족이 외국 국적자일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고 정해놓았기 때문에 수지 의원이나 민주민족동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헌법을 개정해 수지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방법도 있지만, 의회 개원 후 한 달 내에 대통령 선출이 완료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촉박합니다. 더불어 아직 의회 의석 중 25%는 군부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설득해 개헌 작업에 착수하는 것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민주민족동맹이 의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은 전체 의석의 59%로 헌법 개정을 위해 필요한 찬성률 75%에 많이 모자라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선출 이후 군부를 천천히 설득해가며 개헌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수지 의원은 물론 그전까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테고요.

일단 군부 출신 테인 세인 대통령과 군 최고사령관 등이 평화적 정권이양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했기 때문에, 정권이양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의회 내에서도 군부 출신 의원들이 새롭게 의회에 진출한 민주민족동맹 의원들에게 의정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든 다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군부는 미얀마 정치∙군사 분야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군부가 의회 내 의석 25%를 할당받는 것은 물론이며, 내무무, 국방부 등 주요 부처 등도 모두 군부 소관입니다. 더불어 군대와 경찰, 국경수비대 등의 공권력 통제권도 군부에 있습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들 군부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정부와 군부의 마찰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민간정부가 해야 할 일은 큰 탈 없이 군부 쿠데타라는 시한폭탄의 선을 잘라내는 일입니다. 위험하지만 누군가 나서 꼭 해야 하죠.

미얀마 문민정부 출범, 수지 의원은 4개직 장관 겸직

미얀마가 50여 년의 군부 통치를 끝내고 문민정부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30일, 군부 출신 테인 세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후임 대통령 틴쩌가 미얀마의 제9대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틴쩌 대통령은 아웅산 수지 의원이 자신을 대신해 대통령직에 앉힌 인물로, 수지 의원의 최측근 중 하나입니다.

미얀마 민주화와 민주민족동맹(NLD)의 집권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지 의원이 대통령직에 앉지 못한 이유는 군부가 개정한 미얀마 헌법 때문입니다. 미얀마 현행 헌법에는 외국 국적을 가진 가족이 있는 경우 해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수지 의원은 영국인과 결혼했고 슬하의 두 자녀 모두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틴쩌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연설 자리에서 수지 의원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 현행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 정부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헌법, 민주적 기준에 맞는 헌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틴쩌 미얀마 대통령

하지만 개헌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의회 전체 의석의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 의회 의석의 25%는 군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 수뇌부는 미얀마 민정 이양에는 동의했지만, 수지 의원의 대통령 출마는 반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틴쩌 대통령과 수지 의원은 의원 내 군부 세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수지 의원은 대통령실, 외무부,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등 총 4개 부서의 장관직을 맡아 틴쩌 내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가 대통령 뒤의 막후 실권자 역할을 하며 미얀마의 정치∙사회 전반을 두루 돌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