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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위기

조선·해양업계의 부침이 심합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조선 3사 중 삼성중공업이 유일하게 2015년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해 대형 조선사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옵니다.

kees torn, flickr(CC BY)

중형 조선사도 팍팍하다

빅3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만 불황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7대 조선사에 포함되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PP조선, 신아SB 등 중형 조선사의 실적도 팍팍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중형조선사의 주력 선종은 벌크선, 중형 탱크선, 중형 컨테이너선 등 범용 선박입니다. 중형 선박시장은 저유가와 해운 수요 둔화 때문에 축소하고 있는데요.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3대 중형 선종 발주는 지난해 상반기 796척에서 올해 상반기 136척으로 급감했습니다.

국내 중형조선사는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서 정부와 은행의 자금지원을 받는 중국 조선사, 엔저를 무기 삼아 수주 경쟁력을 높인 일본,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다시 상선으로 눈을 돌린 국내 대형조선사까지와 경쟁해야 합니다.

Medium size shipbuilding
(자료: 각사 공시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가 2014년 3월 발간한 <중국 조선산업 및 국내 중소조선산업 경쟁력 현황>에 따르면, 작성 당시 기준 중소조선산업 6개사만이 정상적인 영업 및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은 자율협약을 통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대한조선은 지난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신아SB는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해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중형조선사는 자본잠식이 심각해 자력으로는 회생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이라고 쓰고 느슨한 위탁경영이라고 읽는다) 협약을 맺은 성동조선해양에 4,2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정부는 중형조선산업에 대해 사업매각 및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3사 실적, 해저 닿을 기세

조선업은 전자, 자동차, 철강, 정유·화학과 함께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으로 꼽힙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목선을 건조하던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1980년대와 9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00년엔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수주·건조·수주잔량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형 조선사의 사업은 크게 ‘조선’ 부문과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조선은 말 그대로 선박 건조를 뜻합니다. 3사의 주력제품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화물을 운반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 등이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석유와 가스 등 해양 에너지 자원 설비를 제작/판매하는 사업입니다. 심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시추선 ‘드릴십’과 해상에서 원유를 정제/저장/하역하는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 설비)’가 대표 제품입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기 시작해, 2012년엔 중국 조선업계에 세계 1위의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부문 손실이 심각해 대형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너 마저

최근 조선 3사가 겪고 있는 적자 릴레이의 주범은 바로 ‘해양 플랜트’ 사업입니다. 석유와 가스 등 해양 에너지를 시추·생산하는 설비를 해양 플랜트라고 하는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해운 수요가 감소한 이후, 조선 3사는 돌파구로 선택한 해양 플랜트 산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왔습니다.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 데에 인색해졌고, 자연스럽게 해운 물동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상선 발주가 줄어든 것은 물론, 취소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2009년 한 해에만 698만CGT(수정 환산톤수: 표준화물선으로 환산한 수정 톤수)의 선박 발주가 취소됐습니다.

게다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은행의 자금지원을 받는 중국 조선업계가 저가 공세를 펼쳐오고 있었습니다.

Fpso ship MaxAmy Photography, flickr (CC BY)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이나 드릴쉽, FPSO 같은 해양플랜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턴키(Turn-key) 방식의 수주 계약은 설계 능력이 부족한 조선 3사의 수익성을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다. ‘턴키’란 발주처가 열쇠(key)만 돌리면(turn) 사용 가능한 상태로 제품을 인도해주는 방식인데요. 국내 조선사는 주로 설계부터 구매, 시공까지 일정 금액 내에서 완공하는 일괄수주 형식으로 플랜트를 수주했습니다.

플랜트 설계는 기본 설계, FEED 설계(Front End Engineering and Design 설계), 상세 설계로 나뉘는데요. 국내 조선사는 기본 설계 능력이 부족해, 건조 중 설계 변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설계 변경이 발생하면 공기가 지연되고,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히 인도도 늦어졌습니다. 작업장을 제 때 비우지 못해 공사 지연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설계 능력이 부족한 조선 3사는 불리한 조건으로 해양 플랜트 수주를 따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가 수주는 물론이고, 선수금을 10~20%만 지급하고 대부분 대금을 인도 시 지급하는 헤비테일 방식, 발주 국가에서 제조한 부품을 일정 부문 수입 사용해야 하는 로컬 콘텐츠 조항이 삽입됐습니다. 무엇보다 설계 변경과 구간별 공기 지연, 납기 지연 비용을 조선사가 부담하는 조건 등이 조선사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트렸습니다.

셰일가스 혁명에서 촉발된 저유가 기조는 해양 플랜트 사업을 아예 벼랑 너머로 밀어버렸습니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자 발주처의 해양 개발 프로젝트가 축소 또는 유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이거 안 살게요

발주처의 잇따른 발주 취소 및 옵션 행사 포기 때문에 조선사 3분기 실적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를 반영한 실적을 재공시했습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이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도 조선사엔 악재입니다.

계속되는 저유가 기조로 해양 플랜트 사업의 채산성 및 수익성이 악화되자, 해양 플랜트 및 시추설비 발주사가 일방적으로 선박 인도를 거부하거나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손실이 6천784억 원이라고 공시했다가 지난달 30일 8천976억 원으로 정정 신고했습니다. 2천2백억 원가량 손실이 추가된 겁니다.

노르웨이 발주처가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인데요. 현대중공업은 2012년 5월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6억2천만 달러 반잠수식 시추선을 수주해 올해 3월 인도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레드 올센의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가 지연됐고 현대중공업은 추가 비용 1억670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프레드 올센 에너지는 지난 27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시추선 인도 지연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선수금 1억8000만 달러와 그에 대한 이자 반환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3분기 흑자를 냈던 삼성중공업도 드릴십 건조 계약이 해지되면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당초 영업이익 846억 원을 공시했던 삼성중공업은 대손충당금 946억 원을 설정하면서 100억 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4일 정정 공시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PDC)으로부터 드릴십 건조 계약을 따냈습니다. 인도 기한은 지난달 27일이었습니다.

해당 선박은 인도 기한인 27일에 이미 건조 완료된 상태로, 선급 회사 DNV-GL의 ‘건조완료 인증서’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PDC 측은 29일 ‘텐더노티스(선박건조 완료 및 인수 지체 통보)’로 삼성중공업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해운 산업에 드리운 경기 불황의 그림자도 우리나라 조선사엔 악재입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은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선박을 발주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좋을 것도 없는 일이지요.

머스크는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하기로 계약을 맺고, 향후 동일 사양 선박 6척을 추가 계약할 수 있는 옵션을 받았는데요. 머스크는 대규모 감원 등 긴축경영에 돌입하며, 이 6척에 대한 추가 계약 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대우조선해양에 통보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맺은 8척 추가 건조 옵션에 대한 행사는 무기한 연기할 방침입니다.

중형 조선사도 팍팍하다

빅3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만 불황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7대 조선사에 포함되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PP조선, 신아SB 등 중형 조선사의 실적도 팍팍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중형조선사의 주력 선종은 벌크선, 중형 탱크선, 중형 컨테이너선 등 범용 선박입니다. 중형 선박시장은 저유가와 해운 수요 둔화 때문에 축소하고 있는데요.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3대 중형 선종 발주는 지난해 상반기 796척에서 올해 상반기 136척으로 급감했습니다.

국내 중형조선사는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서 정부와 은행의 자금지원을 받는 중국 조선사, 엔저를 무기 삼아 수주 경쟁력을 높인 일본,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다시 상선으로 눈을 돌린 국내 대형조선사까지와 경쟁해야 합니다.

Medium size shipbuilding
(자료: 각사 공시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가 2014년 3월 발간한 <중국 조선산업 및 국내 중소조선산업 경쟁력 현황>에 따르면, 작성 당시 기준 중소조선산업 6개사만이 정상적인 영업 및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은 자율협약을 통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대한조선은 지난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신아SB는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해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중형조선사는 자본잠식이 심각해 자력으로는 회생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이라고 쓰고 느슨한 위탁경영이라고 읽는다) 협약을 맺은 성동조선해양에 4,200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정부는 중형조선산업에 대해 사업매각 및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