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독서에 길들여져 있습니까?

Zhao !, flickr (CC BY)

패스트컴퍼니의 <Everything Science Knows About Reading On Screens>를 번역한 글입니다.

요점만 추려내고 빨리 읽는 데 익숙해진 시대


‘난 책 잘 안 읽는데’라고 뜨끔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현대인은 과거보다 이런저런 글을 훨씬 더 많이 읽습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문자 메시지, 이메일, 게임 메시지, 소셜 미디어, 블로그까지 읽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기술의 발달 덕분에 길고 짧은 이야기,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기기도, 방법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1980년과 2000년대 후반 사람들이 무언가를 읽는 양을 비교해봤더니, 30년 전보다 읽는 양이 무려 세 배나 더 많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더 많이 읽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한다는 뜻인데, 30년 사이에 뇌의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을 테고,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대처하고 있을까요? 특히 많은 글자, 단문이 종이로 된 인쇄물이 아니라 여러 전자기기의 스크린을 통해서 읽히는 시대입니다. 여기에는 어떻게 적응했을까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에 앞서,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개인차를 비롯해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이런 변수를 무시한 채 종이책과 전자책 가운데 어떤 게 반드시 낫다고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화면을 통해 글을 읽을 때 (활자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글을 읽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아무래도 요점만 훑어보려는 경향이 나타나긴 합니다. 하지만 같은 종이책이라도 어떤 종이인지, 글자 크기는 어떤지에 따라, 전자 기기라면 스마트폰, 태블릿 PC, 아니면 널찍한 데스크탑 스크린 중 어떤 화면으로 글을 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소설이라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내용의 이야기냐, 문학도도 좀처럼 이해가 어려운 논문 같은 소설이냐에 따라 반응이 다를 것이고, 글을 읽는 사람의 취향, 그 사람의 원래 독서 습관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산호세대학의 류지밍은 지난 2005년,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는 대강 훑어보기(browsing, scanning), 핵심 주제만 추려내기(keyword spotting, reading more selectively), 한 번 읽고 말기(one-time reading),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읽기(non-linear reading, 속독)와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고 정리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글 말고도 볼거리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화면에 있는 글들도 최대한 요점만 추려내어 빨리 읽고 처리하는 데 익숙해진 겁니다.

이런 훑어보기식 글읽기는 (특히 종이책, 종이 인쇄물을 읽을 때에 비해) 집중해서 내용을 세세히 파악해야 하는 독서에 취약합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화면에는 글 말고도 수많은 이미지, 링크, 광고, 소리 등이 한데 엉켜있습니다. 집중해서 글만 읽어내려가기가 굉장히 힘들죠. 사람들이 같은 정보를 종이 인쇄물로 읽을 때보다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읽을 때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글을 읽는 데 드는 시간을 제대로 관리,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상에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multi-task)하는 와중에 읽은 글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 보고서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나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lf)의 작품을 중요하지 않은 이메일 읽듯 훑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한마디로 머릿속에는 아무 내용도 남지 않을 겁니다. 훑어보기식 읽기는 과학들이 말하는 “꼼꼼한 독서(deep reading)”에는 결코 맞지 않습니다. 꼼꼼한 독서는 말 그대로 최대한 집중해 세부적인 내용부터 꼼꼼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전체 줄거리와 핵심 내용까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독서를 뜻합니다. 터프츠대학의 인지과학자 울프(Maryanne Wolf)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글을 읽기 위해 진화하지는 않았어요. 우리 뇌의 회로는 우리가 무언가를 읽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이 바뀌면 거기에 상당히 빠르게 적응합니다.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 전자기기 화면을 통해서 글을 훑어보는 데 익숙해져있다면, 우리의 뇌는 율리시스를 펼쳤을 때도 그 어려운 제임스 조이스의 문장을 익숙한 인터넷 글읽기 방식으로 읽으려 들 겁니다.”

전자책은 꼼꼼한 독서의 적인가?


그렇다면 전자책(e-book)도 꼼꼼한 독서의 적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자책은 조금 다릅니다. 기술을 이용해 화면상에 주의를 빼앗아갈 만한 것은 모두 없애고 글자만 돋보이게 하는 등 종이책과 아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스타밴거대학(University of Stavanger)의 망겐(Anne Mangen) 교수는 대학원생 50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똑같은 내용의 짧은 추리소설을 절반은 포켓북 형태의 종이책으로, 나머지 절반은 킨들로 읽게 한 뒤 책을 읽는 데 걸린 시간부터 감정적 반응, 내용의 이해도 등을 측정했습니다. 대부분 항목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온 가운데, 종이책으로 읽은 학생들이 두드러지게 잘 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망건 교수는 종이책의 촉감과 같은 실제 물리적인 차이가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내가 지금 500쪽 짜리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있구나, 짧은 시집을 읽고 있구나를 인식하면서 책을 읽죠. 반대로 킨들이나 아이패드로 책을 읽으면 이 사실을 인식하지 않게 됩니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책장을 실제로 넘길 때의 촉감도 당연히 느낄 수 없습니다. 이런 감각, 느낌들은 책을 덮은 뒤 이야기를 재구성할 때 각 부분의 기억과 연동되어 도움을 주는데, 전자책은 그런 연결 고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겁니다.”

종이책, 종이 인쇄물이 분명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망건 교수 뿐 아니라 다른 연구진도 화면으로 책읽기가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 뿐 아니라 개인차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난독증(dyslexia) 환자들 가운데 전자책으로 글을 읽고 나서 글을 읽는 속도와 이해력이 높아졌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어떤 종류의 글이냐에 따라 책과 오감을 나누며 읽으면 더 좋은 종이책과 만질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집중을 덜 하고 읽어도 괜찮은 전자책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어떤 글이나 책이든 집중을 해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건 좋은 일이죠. 연구진들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에게 종이책과 마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