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Stories

바람 피운 그대, 이혼 소송도 못할지어다

대법원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법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유책주의' 원칙을 고수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현실적으로 결혼이 파탄났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Pascal, flickr (CC BY)

바람피운 그대도 어쩌면 이혼할 수 있다

바람피운 남편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9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거부하면서도 일부 예외 상황에 대해 옆문을 열어줬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의 이번 이혼허가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책주의 예외’를 인용한 첫 하급심 판결입니다.

지난 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판사 민유숙)는 25년간 별거 상태에서 혼외자까지 둔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1심을 파기하고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1970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가정불화로 1980년 협의이혼했습니다. 이들은 3년 후 다시 혼인신고를 했지만, A씨는 곧바로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A씨는 이 여성과의 동거 생활을 끝낸 뒤 또 다른 여성과 동거해 혼외자를 낳았는데요. 이 무렵 B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확인 소송과 이혼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A씨는 25년간 동거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중혼 상태로 살았습니다. B씨와는 장남의 결혼식에서 한 차례 만났을 뿐, 별다른 교류는 없었습니다.

A씨는 2013년에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유책주의’를 적용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혼에 관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했기 때문인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사라진 점 ▲세월이 흘러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이 약화된 점 ▲A씨가 세 자녀의 교육비와 전세자금 등 수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온 점 ▲부인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 축출이혼의 우려가 없는 점을 들어 A씨와 B씨의 이혼을 허용했습니다.

유책주의 판결, 그 기원을 찾아서...

A씨의 이혼 청구는 시작부터 논란이었습니다.

A씨는 1976년 배우자 B씨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B씨와의 가정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96년부터 C씨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2000년부터는 집을 나와 C씨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던 A씨는 최근 신장병 진단을 받고 본처인 B씨가 낳은 아이들에게 신장이식을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A씨는 이혼 소송을 내게 된 것입니다. 즉, A씨가 결혼 생활을 망친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조, 부양 등 혼인 의무를 저버린 배우자이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를 유책주의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965년부터 유책주의를 채택해왔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실질적으로 혼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파탄주의에 대한 의견도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법관들의 의견은 6:6으로 팽팽히 맞섰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현상 유지' 선택을 하면서 유책주의 판례를 유지했습니다.

왜 유책주의인가?

대법원은 왜 유책주의(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금지)를 유지했을까요?

대법원은 먼저 '협의이혼'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파탄주의 이혼을 인정하는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 인정하기 때문에 파탄주의를 포괄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협의이혼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유책 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해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파탄주의에 대한 보완책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외국은 이혼을 당한 상대 배우자나 자녀가 심각한 고통을 입게되는 경우, 이혼을 제한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조항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 후 부양책임을 부여하는 제도가 없는 점을 들었습니다.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탄주의 이혼이 도입될 경우, 결혼 생활을 산산조각 낸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다만, 예외를 열어두었습니다. 이혼 청구를 당한 상대가 오기나 보복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혹은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가 담보되고 세월이 지나 상대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된 경우에는 법원이 예외를 두어 판단한다고 합니다.

바람피운 그대도 어쩌면 이혼할 수 있다

바람피운 남편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9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거부하면서도 일부 예외 상황에 대해 옆문을 열어줬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의 이번 이혼허가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책주의 예외’를 인용한 첫 하급심 판결입니다.

지난 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판사 민유숙)는 25년간 별거 상태에서 혼외자까지 둔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1심을 파기하고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1970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가정불화로 1980년 협의이혼했습니다. 이들은 3년 후 다시 혼인신고를 했지만, A씨는 곧바로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A씨는 이 여성과의 동거 생활을 끝낸 뒤 또 다른 여성과 동거해 혼외자를 낳았는데요. 이 무렵 B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확인 소송과 이혼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A씨는 25년간 동거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중혼 상태로 살았습니다. B씨와는 장남의 결혼식에서 한 차례 만났을 뿐, 별다른 교류는 없었습니다.

A씨는 2013년에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유책주의’를 적용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혼에 관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했기 때문인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사라진 점 ▲세월이 흘러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이 약화된 점 ▲A씨가 세 자녀의 교육비와 전세자금 등 수억 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온 점 ▲부인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 축출이혼의 우려가 없는 점을 들어 A씨와 B씨의 이혼을 허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