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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존폐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공정하다고 이야기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개천에도 종류가 있어 문제입니다.

제공=포커스뉴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입학시켜줘?!

지난 2일, 교육부가 로스쿨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6천여 건의 입학전형을 조사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24명의 합격자가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거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중 8명은 해당 로스쿨 입시요강에 신상기재 금지조항이 있었음에도 ‘아버지가 OO시장’이라 쓰는 등 직간접적으로 ‘배경’을 언급했습니다. 나머지 16명은 신상기재 금지조항이 없는 학교에 지원하면서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을 드러냈습니다.

어쨌거나 교육부는 해당 로스쿨에 신상기재 금지조항이 있든 없든, 기관경고와 함께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모든 로스쿨 입학 요강에 신상 관련사항 기재금지 및 기재 시 불이익 조치를 명문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Lawschool detect 제공=포커스뉴스
지난 2일 있었던 교육부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 발표

정부 조사와 조치, 타당성 논란


정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분분합니다.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데다 사후조치가 미흡하다는 건데요. 우선 조사의 신뢰성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3년간’에 대해서만 조사했다는 점에서 조사 대상이 협소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로스쿨이 8년 째 운영 중임을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의 부정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에도 조사 대상을 최근 3년으로 축소시켰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3년간의 부정사례가 ‘24건’이라는 점도 의심스럽게 바라봅니다. 한 해 로스쿨 입학생이 2천 명이고 그간 법조인 자녀 특혜의혹설이 파다했는데, 24명만 적발된 것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이 같은 의혹은 교육부가 조사결과를 전면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뒷배경’을 언급한 합격자들을 입학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부모∙친인척의 신상 기재를 금지하는 요강이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한 경우엔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자소서 이외에도 다양한 전형요소가 있었다면서 “자기소개서의 일부 기재사항과 합격과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합격취소는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현대판 음서제 논란, 이젠 그만


로스쿨 입학 전형 자기소개서에 부모님이나 친인척의 직업과 직위를 밝히는 것,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서는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최근 서울대 로스쿨 합격생 중에서는 ‘용접공 아버지’, ‘트럭기사 아버지’를 썼음에도 합격한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3년간 부모가 법조인이라고 기재한 지원자의 서울대 로스쿨 합격률이 25.2%밖에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부모의 직업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용접공 자녀, 트럭기사 자녀가 합격했다고는 하지만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로스쿨 전형 때 아버지 직업을 적어도 무방하다’라고 보기는 쉽지 않겠죠. 특히나 ‘수저계급론’, ‘현대판 음서제’ 같은 말이 널리 쓰이는 요즘, ‘아버지는 OO시장’ 같은 단어가 전형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을 거라고 믿기도 어렵습니다.

한 국회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겠다며 학교에 압력을 행사하고, 한 로스쿨 교수가 '변호사 자녀의 합격 청탁을 받은 동료 교수가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로스쿨이 다양한 압력과 배경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힘든 까닭입니다. 로스쿨과 지원자들의 자성,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넌 어느 ‘개천’ 출신이니

변호사‧검사‧판사, 이른바 ‘사’자 직업이죠. 평범한 사람이 ‘사’자를 달면 ‘개천에서 용 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한 번 되기만 하면 권력과 부를 가진다고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어떤 개천인가입니다. 사시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중 어떤 제도가 나은지, 어떤 루트가 공정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데요.

논란을 알아보기에 앞서, 두 제도를 간략히 비교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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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을 보든 로스쿨에 진학하든 변호사·검사·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법조인이 되는 두 갈래 길이 있는 거죠.

불편한 동거

2009년 로스쿨이 출범하면서부터 사법시험과 로스쿨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로스쿨 논의를 시작한 이래로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등의 단체가 논의를 쭉 이어왔습니다. 2007년 국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 특정대학과 전공이 독식하는 체제 탈피, 사법부 획일주의 완화
▲ ‘고시낭인’ 양산되는 부작용 완화
▲ 실무형 법조인 양성
▲ 변호사 수 증가를 통한 법률서비스 비용절감

국회는 법학전문대학원관련법을 의결하면서 ‘로스쿨은 2009년에 출범하고 사법시험은 2016년 1차, 2017년 2,3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금은 ‘한시적 병행’ 상태인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법시험 폐지가 코 앞 까지 다가오자, ‘사법시험 존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병행 체제를 계속하자부터 다시 사법시험 일원화로 가자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일부 고시생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반대쪽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법시험 폐지는 이미 합의된 사안 아니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법조계가 ‘사법시험 유지파’와 ‘로스쿨파’,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양상인데요. 문답형식으로 논란을 정리해봤습니다.

'드루와 드루와', 사시 VS 로스쿨

‘사시파’가 ‘로스쿨파’에게 묻다(1)

Q. 로스쿨 학비가 너무 비싸다. ‘돈스쿨’ 아니냐

A. 로스쿨 학비가 비싼 건 맞다. 연간 1532만 원이다. 하지만 등록금 총액의 약 40%가 장학금으로 지급된다.(로스쿨 인가 기준 중 하나)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실제로 내는 등록금은 894만 원 선이다. 게다가 일부 은행이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저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누구든 가정형편과 큰 관계없이 로스쿨에 다닐 수 있다.

Q.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로스쿨에 갈 수 있다. 2014년만 봐도 4년제 대학 졸업하지 못한 인구가 2,100만여 명이다. 고졸 출신은 법조인이 될 수 없다. 고졸 출신인 故노무현 대통령이나 초졸 출신인 박헌기 의원, 중졸 출신의 변정수 헌법재판관 등 같은 사례는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된다. 불합리하지 않나.

A. 고졸이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학서나 학점은행 등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면 된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사법시험만 존재했을 때보다 8배나 증가했다. 게다가 사법시험도 법학과목 35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시험자격을 얻을 수 있어서, 로스쿨이나 사법시험이나 일정 정도의 학위가 필요한 건 똑같다고 볼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특별전형 인원 법학전문대학원 특별전형 인원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376 농어촌지역출신자 24
소년소녀가장 3 한부모가정 1
복지시설 경력자 2 국가유공자 15
북한이탈주민 1 장애인 62

게다가 로스쿨은 입학 정원의 6% 정도를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 제공해야 하는 ‘특별전형 입학’이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특별전형으로 로스쿨에 입학한 사람은 총 484명이다. 이들은 등록금이 면제다. 이러한 면은 고려해봤을 때, 취약계층의 로스쿨 진학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드루와 드루와', 사시 VS 로스쿨 (2)

‘사시파’가 ‘로스쿨파’에게 묻다 (2)

Q.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아니라, 용의 자식이 용이 되는 거 아닌가. 부와 지위의 대물림 현상이 심한 것 같다.

A.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의 취업 청탁 때문에 ‘음서제’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일부 로스쿨생의 이야기지 로스쿨 전체가 ‘현대판 음서제’라고 할 수는 없다. 비약이다. 실제로 서울대 이재협 교수가 발표한 ‘로스쿨 출신 법률가,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논문을 보면, 로스쿨과 사시 출신의 배경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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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스쿨이나 사시나 도긴개긴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가 안 되고 로스쿨 입학시 면접의 비중이 커, 로스쿨 제도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면이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해부터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고 로스쿨들이 입학에 대한 공정성을 좀 더 가하는 등으로 제도를 수정하면 된다.

Q.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2007년 당시, 여야가 로스쿨법과 사학법을 빅딜 형식으로 통과시켰고 그 흔한 여론조사도 없었다. 국민적합의가 덜 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A. 2007년만 봐선 안 된다. 로스쿨제도 도입은 1995년부터 시작된 논의다. 정부‧학계‧사회‧법조계 등에서 논의되던 사안이 2007년에서야 국회로 넘어간 거다. 2007년만 단편적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 게다가 1995년에 이뤄진 여론조사를 보면, 로스쿨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5%였다.

또한 일부에선 국회의사록에 ‘사법시험 폐지 여부는 2013년도에 재논의한다’고 돼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명 변호사시험법에 사법시험 폐지가 명시돼있고 로스쿨 제도 역시 사시 폐지를 전제로 도입된 거다. 로스쿨 학생은 사시에 응시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이유도 두 제도가 병행될 수 없다는 증거다.

생명 연장의 꿈, 4년간 사시 폐지 유예

법무부가 2017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이하 사시)을 오는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만약 이 안을 국회가 받아들이면 사시는 2021년까지 시행됩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정착 과정에 있고, 제도 개선 필요성도 있으므로 그 경과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사시 폐지를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주현 법무부차관
법무부 기자회견

​법무부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 이상이 사시 존치를 주장(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하고, 사시 존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사시 폐지에 따른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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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 1,000명, 법대출신 비법조인 100명 대상 여론조사(법무부 주관, 리서치앤리서치 실시)

법무부가 지금으로부터 약 5년 후인 ​2021년을 유예 시한으로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가 10년간 시행되어 제도로서 정착되는 시기가 2021년이다.

  2. 변호사시험의 5년·5회 응시횟수 제한에 따라 불합격자 누적이 둔화·정체되어 응시 인원이 약 3,100명에 수렴하는 시기가 2021년이다.

  3. 로스쿨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 분석에 필요한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유예기간 동안 유관부처, 관계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사시 폐지에 따른 합리적 대안 마련에 힘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시 폐지 대안은 다음과 같은데요. 이 중에서 하나를 딱 고르겠다는 건 아니고 이러한 대안들과 더불어 새로운 대안들까지 함게 분석해 최종 대안을 내놓겠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 시험과목이 사법시험 1 · 2차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여 법조선발을 일원화하되 간접적으로 사법시험 존치 효과를 유지하는 방안

로스쿨이 공정성을 확보하고 안정화되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로스쿨 입학, 학사 관리, 졸업 후 채용 등 전반적으로 로스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 앞으로 특별한 사정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사시 존치가 논의될 경우 사법연수원과 달리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별도 대학원 형식의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이번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안 발표로 내후년 마지막 사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요. 로스쿨제도- 변호사시험 제도를 지지하는 측과 사시 존치를 지지하는 측 모두가 이번 법무부 발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시 4년 유예 방안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법무부는 떼쓰는 자들에게 떠밀려 합당한 사유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사법시험 연장이라는 미봉책을 내놓아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수준을 드러냈다. 믿음의 법치를 강조하던 법무부는 지난 7년 동안 2009년에 만들어진 법률을 믿은 로스쿨 진학자 1만4000명과 그 가족들의 신뢰를 무시하고 떼법을 용인해 ‘떼법의 수호자’가 됐다."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으로 구성)


​“4년간 한시적으로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겠다는 법무부의 발표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다수 국민의 열망이 확인되고 있고 주무부서인 법무부조차 현 시점에서 사법시험의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한 이상 국회는 망설이지 말고 즉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집단자퇴·학사 일정 거부, 초강경 대응 나선 로스쿨 학생들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방안이 발표되자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의 긴급총회를 시작으로 ​전국의 25개 로스쿨 중 대다수가 학사 일정 전면 거부와 집단 자퇴서 제출에 뜻 모았는데요. 전국 로스쿨학생협의회는 아직 동참하지 않은 나머지 로스쿨에서 비슷한 안건이 가결되면 이후 공동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로스쿨 학생회장단은 가장 먼저 국회와 법무부를 방문해 이번 사시 폐지 유예 결정에 항의할 예정입니다.

"로스쿨 제도는 입법적 결단, 국민적 합의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원안대로 사법시험을 폐지해야 한다. 법무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법무부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의 의견은 누가 들어줄 것인가"

이철희 전국 로스쿨학생협의회 회장

​​대학 협의체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또한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협의회는 4일 오후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이 대부분 참석하는 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이번 사태의 대응책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날 논의할 안건 가운데는 전국 로스쿨 교수들이 사법시험 문제 출제를 거부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법무부의 결정에 예상보다 강하게 반대하면서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입니다. 법무부는 4일 비공개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의견 수렴을 더 거치겠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어제 법무부의 입장 발표로 관계부처, 유관기관, 이해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4년 후 사시를 폐지하는 법무부 입장은 동일하다. 다만 변호사법 부칙개정에 앞서 관계부처와 여러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최종안을 결정할 것이다."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

성명 발표, 형사 고발에 이젠 헌법 소원까지 나왔다.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측은 아직 사시 폐지 유예에 관한 최종 결정이 난 것이 아니라며 이번 사시 폐지 유예 논란을 수습하고 나섰지만 한번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법시험 진영과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진영의 상호 비방∙대책 마련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이들 두 진영의 대응을 정리해봤습니다.

로스쿨


전국 로스쿨 학생회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전원 자퇴서 제출, 학사 일정 전면 거부, 2016년 1월 시행하는 제5회 변호사시험 거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국 로스쿨 원장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사법시험 출제를 거부하고, 앞으로 시행될 변호사시험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철회하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법조인협회(로스쿨 출신 법조인 단체)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입장 철회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법시험


사법시험 수험생 106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사시 존치 법안에 대한 심의 표결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으며, 이는 돈이 없어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사법시험 수험생 1,137명

​로스쿨 학생들에게 집단 자퇴를 강요한 혐의로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임원진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대학생연합

​사시 폐지 4년 유예안을 유지해달라는 민원을 법무부에 제출했으며, 로스쿨에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의 민원을 교육부에 제출했습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측에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이 제출한 자퇴서를 즉각 수리하라는 촉구 서한 전달했습니다. 더불어 ​서울대 로스쿨 학생협의회가 자퇴서를 제출하지 않는 재학생을 상대로 각종 제재를 가한 것에 대해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변호사시험, 파행은 피했다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에 따른 반발로 파행 위기에 놓였던 제5회 변호사시험이 큰 차질 없이 시작됐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4일부터 서울 5곳, 충남 1곳 등 전국 6개 고사장에서 시험이 시작되며, 8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날 시험에는 전체 응시 예정자 3,115명 중 2,864명이 시험을 치러, 응시율은 91.9%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날 0시까지 응시접수 취소를 받은 결과 응시를 취소한 사람이 226명이었고, 응시했지만 시험에 참석하지 않은 인원은 25명이었습니다.

응시를 취소한 사람 중 취소 사유에 ‘사법개혁’, ‘로스쿨 개혁’ 등의 내용을 적은 인원은 총 19명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에 반발해 시험을 치르지 않는 인원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4회(94.7%)나 3회(94.2%) 응시율과 비교했을 때 이번 5회 변호사시험 응시율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나, 애초 우려하던 시험 파행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사법시험 폐지 유예 논의를 이어갈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로스쿨 원장들이 출제 거부 입장을 철회했는가 하면, 지난달 28일 로스쿨생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변호사 시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시험 거부 의사를 밝혔던 수험생 상당수가 시험 거부 의사를 철회하고 학사 일정에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이 법무부의 일방적인 사법시험 폐지 유예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이후에도 로스쿨 학생대표자와 교수들은 법무부와의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입학시켜줘?!

지난 2일, 교육부가 로스쿨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3년간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6천여 건의 입학전형을 조사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24명의 합격자가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거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중 8명은 해당 로스쿨 입시요강에 신상기재 금지조항이 있었음에도 ‘아버지가 OO시장’이라 쓰는 등 직간접적으로 ‘배경’을 언급했습니다. 나머지 16명은 신상기재 금지조항이 없는 학교에 지원하면서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을 드러냈습니다.

어쨌거나 교육부는 해당 로스쿨에 신상기재 금지조항이 있든 없든, 기관경고와 함께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모든 로스쿨 입학 요강에 신상 관련사항 기재금지 및 기재 시 불이익 조치를 명문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Lawschool detect 제공=포커스뉴스
지난 2일 있었던 교육부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 발표

정부 조사와 조치, 타당성 논란


정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분분합니다.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데다 사후조치가 미흡하다는 건데요. 우선 조사의 신뢰성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3년간’에 대해서만 조사했다는 점에서 조사 대상이 협소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로스쿨이 8년 째 운영 중임을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의 부정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에도 조사 대상을 최근 3년으로 축소시켰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3년간의 부정사례가 ‘24건’이라는 점도 의심스럽게 바라봅니다. 한 해 로스쿨 입학생이 2천 명이고 그간 법조인 자녀 특혜의혹설이 파다했는데, 24명만 적발된 것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이 같은 의혹은 교육부가 조사결과를 전면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뒷배경’을 언급한 합격자들을 입학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부모∙친인척의 신상 기재를 금지하는 요강이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한 경우엔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자소서 이외에도 다양한 전형요소가 있었다면서 “자기소개서의 일부 기재사항과 합격과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합격취소는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현대판 음서제 논란, 이젠 그만


로스쿨 입학 전형 자기소개서에 부모님이나 친인척의 직업과 직위를 밝히는 것,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서는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최근 서울대 로스쿨 합격생 중에서는 ‘용접공 아버지’, ‘트럭기사 아버지’를 썼음에도 합격한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3년간 부모가 법조인이라고 기재한 지원자의 서울대 로스쿨 합격률이 25.2%밖에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부모의 직업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용접공 자녀, 트럭기사 자녀가 합격했다고는 하지만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로스쿨 전형 때 아버지 직업을 적어도 무방하다’라고 보기는 쉽지 않겠죠. 특히나 ‘수저계급론’, ‘현대판 음서제’ 같은 말이 널리 쓰이는 요즘, ‘아버지는 OO시장’ 같은 단어가 전형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을 거라고 믿기도 어렵습니다.

한 국회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겠다며 학교에 압력을 행사하고, 한 로스쿨 교수가 '변호사 자녀의 합격 청탁을 받은 동료 교수가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로스쿨이 다양한 압력과 배경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힘든 까닭입니다. 로스쿨과 지원자들의 자성,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