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7조 2000억 원의 가격으로 매각됩니다. 이는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금액으로, 영국 테스코(TESCO)사와 MBK파트너스의 협상 이후 정식 계약이 체결된 결과입니다.
매각이 결정되자 지난 8일 홈플러스 노조는 전국 40여 개 점포에서 부분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처럼 홈플러스 현장근로자들이 고용 불안을 안게 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인수 주체 MBK가 사모펀드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MBK는 매각 공표와 동시에 “임직원 고용을 100% 승계하고 향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홈플러스 현장 근로자들은 거리로 나온 걸까요?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먼저, 기존 모기업이었던 테스코 사의 태도 문제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테스코 사는 올 초부터 제기된 매각설을 계속해서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테스코가 매각 협상 대상자들을 선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이 현실화됐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알게 된 거죠. 여기서 신뢰가 한 번 무너졌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매각 과정에서도 테스코는 매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① 무리한 배당이익 회수 추진
먼저, 테스코는 1조 3천억 원의 배당 이익 회수를 추진했습니다. 배당금은 기업이 일정 기간동안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그 회사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인데요. 이에 따르면, 주주인 테스코가 한국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익잉여금이 현금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홈플러스는 해당 금액을 물류센터 인수 등에 재투자했고, 따라서 테스코 사가 요구한 이익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1조 원 이상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매각 이후에 홈플러스의 신용도 하락, 재무건전성 위험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던 겁니다.
결론적으로 테스코 측은 배당금 회수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홈플러스 근로자들은 테스코가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불신을 또 한 번 가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② 고용승계 제시한 기업, 협상테이블에서 제외
또한 테스코 사는 인수 후보자 중 고용승계를 약속했던 오리온 사를 1차 심사에서 탈락시키기도 했습니다. 오리온 사는 6조 5천억 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는데요.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이는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제시한 7조 원 대에는 못 미치지만 서류에서 탈락할 정도는 아닙니다.
따라서 테스코가 고용 승계에 대한 부담을 애초에 방지하기 위해 오리온을 탈락시켰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고용 승계를 제안하는 업체가 협상 후보가 되면, 자연스럽게 여론이 그에 우호적으로 형성되어 다른 후보들과 협상을 할 때도 고용 문제를 논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고용 문제 논의가 협상에 포함되면 매각 가격이 그만큼 낮아집니다. 인수하려는 쪽에서 그만큼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홈플러스 근로자들은 한국 홈플러스를 매각한 테스코 사를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MBK가 고용 승계 및 투자를 약속하더라도 이를 실천할 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죠.
만약 MBK가 홈플러스를 키우는 동안에는 고용이 보장되더라도, 이후 다른 업체에 홈플러스가 재매각 될 때 근로자들은 또 한 번 고용 불안을 걱정해야 합니다. MBK가 홈플러스를 재매각하기 전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조는 MBK가 공식적으로 고용 안정, 정상적 노사관계 형성을 약속하고 분할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한국 홈플러스는 '주주 빼고 모든 것이 그대로'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