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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70주년 전승절 기념 행사

Tomoaki INABA, flickr (CC BY)

'자리 배치'도 '정치'다

중국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이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군 병력 1만2천 명에 500여 대의 지상 무기, 200여 대의 군용기가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 군사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야망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행사 영상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종류의 신무기가 공개됐지만,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둥펑-21D, 사정거리가 4,000km에 달해 미 해군 전략기지 중 하나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26 등이 함께 공개되며 미국에 충분한 긴장감을 선사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B, 둥펑-41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20, 젠-30, 스텔스 전략폭격기 H-13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념사를 했는데요. 명색이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였기에, 일본에 겨냥한 메시지가 담겼으리라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기념사 내용은 대부분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모두 힘쓰자! 패권주의는 추구하지 않겠다!” 등 원론적인 것들이었으나, 인민해방군 병력 30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시 주석의 선언은 ‘병력이 줄더라도 군사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중국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열병식 기념사 전문)

​자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자리 배치’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입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자리 배치였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의 우방인 러시아와 떠오르는 우방인 한국을 모두 챙기고 싶은 중국의 고민이 엿보였달까요?

​중국은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함께 자리에 서야 할 경우 자리 배치를 적당히 변경해가며 양국 정상의 체면을 세웠습니다. 총 4번의 자리 변경이 있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단체 기념사진 촬영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펑리위안 여사가 섰고, 바로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섰습니다. 박 대통령은 펑리위안 여사 왼쪽에 자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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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 주석 내외와의 기념 촬영
​펑리위안 여사는 시 주석의 왼쪽에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쪽에 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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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톈안먼 성루 이동 시
​시 주석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서고, 왼쪽에는 박 대통령 서서 함께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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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안문 성루 위에서
​시 주석의 좌우로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자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 주석 왼편에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나란히 섰고,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오른쪽 첫 번째에, 박 대통령의 시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에 섰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정치 외교에서 관례와 예우를 매우 중시해 이것이 손님 대접, 즉 의전으로 모두 드러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리 배치’가 쉬운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북한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자리 배치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60여 년 전 중국 ​건국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일성 북한 주석은 마오쩌둥 중국 주석과 나란히 서 열병식을 참관했는데요. 오늘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최룡해 당 비서의 자리는 오른쪽 맨 끝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북한이 일으킨 군사적 긴장에 대해 중국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보니 ‘자리’도 ‘정치’군요.

중국 전승절(戰勝節), 도대체 뭔데!?

전승절(戰勝節)이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국가들이 종전과 승리를 기념하는 날'을 일컫습니다.

​​​각국마다 전승절을 기념하는 날이 다른데요.

​한국은 일본 천황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일본 국민에게 항복을 표한 날인 8월 15일을 광복절로 삼아 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전승 기념일은 일본 정부가 항복 문서에 공식 서명한 날인 9월 2일인데요. 1945년 9월 2일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미주리호에서 일본 외무성 장관인 시게미쓰 마모루가 항복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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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9월 2일, 일본의 항복 서명 당시 사진

중국의 전승절은 미국의 전승 기념일보다 하루 늦은 9월 3일입니다. 중국은 1945년 9월 2일에 일본의 항복 문서를 받아냈으나, 이를 접수한 날이 9월 3일이므로 이날을 전승절로 정했습니다.


중국은 오는 9월 3일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행사’(전승절)를 치를 예정입니다. 그 규모로 봤을 때 이번 행사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가장 큰 국가 행사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전승절을 처음으로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이번 중국 전승절에는 대규모 열병식도 열리는데요. 국경절이 아닌 전승절에 열병식을 치루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열병식에 해외 각국 지도자들과 군대 등을 초청해 자국의 군사 위용을 뽐낼 전망입니다.

전승절 행사 리허설에 한창인 중국군

이번 열병식 규모 또한 가히 역대급이라 부를 만합니다. 참가 군인만 1만2천 명에 군용기 200대, 미사일 100여 기가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 최신예 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31B, 둥펑41, 전략폭격기 훙6, 젠10, 5세대 전투기 젠11B, 헬기 즈11 등도 공식 무대에 처음 선보입니다.

​70주년 전승절 행사는 오는 9월 3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천안문 광장에서 열병식과 함께 열리고, 이후 12시 30분부터는 국내외 귀빈 등을 대상으로 한 시진핑 주석 주최 리셉션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그동안 시 주석이 주장해 온 ‘대국굴기’(大國堀起, 대국으로 우뚝 서다)를 만방에 알리는 자리가 될 텐데요. AIIB의 성공적인 설립으로 아시아 지역 경제 패권을 가져간 것에 이어, 군사 패권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왼쪽? 오른쪽? 이제는 자리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박 대통령은 방중 직후 시 주석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30분가량의 한·중 정상회담을 했으며, 1시간의 특별 오찬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 등을 위해 한중 협력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함께했으며, 2012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 등을 통해 동북아 역내 평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Xi park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이번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데 중국 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

박근혜 대통령

중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방중 첫날 시 주석을 만난 것에 대해 ‘중국 측이 한국에 최고의 예우를 표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대우는 한국 국가원수 중 최초이자, 미국의 최우방국 중 유일하게 열병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3일 열병식에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어느 쪽에 서게 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단 시 주석 양편에 박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고, 이중 누가 시 주석의 왼쪽에 서는 지가 중요합니다.

중국 정치·외교 관례상 주석의 왼편에 서는 사람이 최고 예우를 받습니다. 그다음이 주석 오른쪽 자리입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왼편에 선다면 이는 러시아를 제치고 한국이 중국에 최고 예우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번 열병식에 시 주석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펑리위안 여사가 시 주석의 왼쪽에 서게 되고, 정상 중 최고 대우를 받는 국가가 주석의 오른쪽에 섭니다.

​미국은 박 대통령의 방중 및 열병식 참석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진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은 한국의 주권 사항이므로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번 열병식 참석은 미국과 중국을 사이에 둔 외줄타기나 다름없습니다. 전통의 우방인 미국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최대 경제 교역국이자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적인 관계까지 급격히 밀접해진 중국과의 관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중국의 초청을 받아 열병식에 참여합니다. 미국이 직접 언급하진 않고 있으나, 분명 한국의 열병식 참석이 신경 쓰일 겁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한국이 미국의 중요 우방국 중 유일한 열병식 참석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국가

'자리 배치'도 '정치'다

중국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이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군 병력 1만2천 명에 500여 대의 지상 무기, 200여 대의 군용기가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 군사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야망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행사 영상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종류의 신무기가 공개됐지만,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둥펑-21D, 사정거리가 4,000km에 달해 미 해군 전략기지 중 하나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26 등이 함께 공개되며 미국에 충분한 긴장감을 선사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B, 둥펑-41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20, 젠-30, 스텔스 전략폭격기 H-13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념사를 했는데요. 명색이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였기에, 일본에 겨냥한 메시지가 담겼으리라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기념사 내용은 대부분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모두 힘쓰자! 패권주의는 추구하지 않겠다!” 등 원론적인 것들이었으나, 인민해방군 병력 30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시 주석의 선언은 ‘병력이 줄더라도 군사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중국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열병식 기념사 전문)

​자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자리 배치’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입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자리 배치였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의 우방인 러시아와 떠오르는 우방인 한국을 모두 챙기고 싶은 중국의 고민이 엿보였달까요?

​중국은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함께 자리에 서야 할 경우 자리 배치를 적당히 변경해가며 양국 정상의 체면을 세웠습니다. 총 4번의 자리 변경이 있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단체 기념사진 촬영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펑리위안 여사가 섰고, 바로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섰습니다. 박 대통령은 펑리위안 여사 왼쪽에 자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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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 주석 내외와의 기념 촬영
​펑리위안 여사는 시 주석의 왼쪽에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쪽에 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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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톈안먼 성루 이동 시
​시 주석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서고, 왼쪽에는 박 대통령 서서 함께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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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안문 성루 위에서
​시 주석의 좌우로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자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 주석 왼편에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나란히 섰고,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오른쪽 첫 번째에, 박 대통령의 시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에 섰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정치 외교에서 관례와 예우를 매우 중시해 이것이 손님 대접, 즉 의전으로 모두 드러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리 배치’가 쉬운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북한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자리 배치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60여 년 전 중국 ​건국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일성 북한 주석은 마오쩌둥 중국 주석과 나란히 서 열병식을 참관했는데요. 오늘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최룡해 당 비서의 자리는 오른쪽 맨 끝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북한이 일으킨 군사적 긴장에 대해 중국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보니 ‘자리’도 ‘정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