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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

최근 몇 년 간 ‘하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마냥 치솟아 올랐던 중국 증시, 그 상승 곡선에도 부침이 찾아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놈이 말이죠. 그렇게 시작된 증시 폭락으로 사라진 돈만 3,500조 원에 달합니다.

by 2 dogs, flickr (CC BY)

R.I.P... 서킷 브레이커 '잠정 중단'

지난 7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결국 시장안정을 위해 8일부터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잠정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날 덩거(邓舸)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도입의 주요 목적은 시장에 냉각기를 줌으로써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자고 중소 투자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는데 바라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 단계에 가까워지면 투자자들이 미리 서둘러 팔아치우려는 자기흡입 효과만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했던 중국 3대 거래소(상하이 증권거래소, 선전 증권거래소와 금융선물거래소)는 8일부터 서킷 브레이커 관련 규정을 전면 중단하게 됐습니다.

서킷 브레이커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홍콩 투자회사인 리오리엔트그룹의 브렛 맥고네걸 최고경영자(CEO)는 "거래 중단을 위한 변동폭이 15%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며, 올드 뮤추얼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주식 담당 대표도 "당국이 서킷 브레이커를 재시행하기 원한다면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를 창시한 니콜라스 브래디 전 미국 재무장관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브래디 전 장관은 “등락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미국의 예를 들었는데요. 1987년 서킷 브레이커를 처음으로 도입한 미국 증시 역시, 그해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주가 급락으로 인한 조기 폐장하는 사태를 맞은 바 있습니다. 당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하락폭은 554포인트, 하락률은 7.2%였습니다.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률과 유사한 수치죠. 이후 미 당국은 다우지수가 10% 이상 떨어지면 1시간, 20% 이상 하락하면 두 시간 주식거래를 중지시켰다가 30%까지 하락하면 당일 거래를 완전히 중단시키는 형태로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China circuit1 FT.com

출범 4일만의 철회, 중국의 자존심은 이만저만 구겨진 게 아닙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잠정적 종말을 맞은 중국 서킷 브레이커에 대한 추도문을 내보냈는데요, 대충 만든 묘비 사진도 함께 내걸었습니다.

묘비엔 "당신은 15분간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것도 두번씩이나"라는 비문이 쓰였습니다.

이 추도문은 사실 중국을 놀리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RIP China circuit breaker: Jan 4-7, 2016'란 제목을 단 이 추도문을 쓴 건 패트릭 맥기 파이낸셜타임스 홍콩 특파원입니다.

"(15분동안 주가를 진정시키려던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 시장은 당신을 또 다시 불러냈고, 모두를 집에 돌려보냈죠. 당신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낙천주의'일 겁니다(causing you to come in again and send everyone home. But what was your crime? Optimism)"라는 부분이나, "당신은 월요일에 세상에 나왔고 목요일에 떠나갔습니다. 단 4일 동안 두번이나 시장을 멈추게 했지요(You came into this world on Monday; you were gone by Thursday. But in just four sessions you shut down the market twice)"라며 서킷 브레이커의 초라한 업적을 비꼬는 모습에 애도의 뜻이 담겼다고 보긴 힘들죠.

비교적 쉽게 조기 폐장을 결정짓는 지금의 중국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시장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말았다는 평가는 그야말로 반박불가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증시 폭락의 원인을 온전히 서킷 브레이커 제도에서만 찾을 순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완전히 폐지한 게 아니라 잠정적으로 중단한만큼, 조만간 서킷 브레이커는 손질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서킷 브레이커가 '주식시장 안전장치'라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떨어지는 주가에는 날개가 없다

​지난 6, 7월은 중국 증시 역사의 암흑기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6월 12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최고점인 5,178선을 찍은 이후 연일 폭락을 거듭하여,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3,373선(7월 9일)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최고점 대비 35% 폭락이며, 금액으로 따졌을 경우 약 3조 달러(한화 3,511조 원)가 시장에서 증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7월 초, 중국 정부는 무너지는 증시를 떠받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시행했습니다. 주식시장 붕괴의 여파가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대응이었는데요. 최근 중국 경기 내림세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막으려 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중국 증시가 폭락한 지난 3주간 중국 정부가 시장에 쏟아부은 돈은 약 5조 위안(한화 950조 원) 수준입니다. 추가적인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7월 9일 이후 일시적인 증시 안정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지나친 시장 개입이 시장의 왜곡과 중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개입이 역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일으켜 시장 붕괴를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롤러코스터 차이나, 이유는?

중국 증시가 정신을 못 차리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쓰라린 폭락의 시기를 겪은 이후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증시는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7일 월요일, 중국 증시가 8% 이상 폭락하면서 또 다른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폭락 이후 지금까지 중국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 폭락 배경으로 여러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한 원인을 지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 강세,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 중국 경제 지표 하락, 지난 몇 주간 이어진 중국 증시 반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증가 등이 이번 하락에 일정 영향을 끼쳤으리란 분석입니다.​

"지난 6월 초부터 거래일 기준으로 40일 동안 주가가 3% 이상 급등락한 날이 17일에 이른다. 당국의 조치에 따라 투자심리가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이와 더불어 국제통화기금 관계자와 중국 정부 당국자가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최근 증시 폭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주말 IMF가 중국 정부에 ‘더 이상 증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중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정부 개입이 단지 ‘일시적인 것’뿐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보도되자 중국 정부가 증시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급속히 돌았고, 27일 월요일 장이 서자마자 중국인 투자자들의 투매 행렬이 이어진 것이죠.

​이러한 소문이 돌자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우리는 절대로 시장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려갈 주가는 내려간다

지난 3주간 잠잠하던 중국 증시에 또다시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전 거래일(3,993.66p)보다 245.5p 떨어진 3,784.16p로 장 마감했습니다. 무려 6.15%의 주가 하락인데요. 지난달 27일, 상하이 증시는 4,000p 아래로 떨어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습니다. 4,000p 돌파가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폭락이 일어나 중국 증시에 혼란이 오고 있습니다.

18일에 일어난 증시 폭락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근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자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책을 조금씩 줄이려고 한 것이 시장의 불안을 초래해 폭락을 불러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불안감과 더불어 4,000p를 목전에 앞둔 개미들이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낸 것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중국 증시는 거래 가능한 주식의 80%를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갖고 있어 명확한 의도나 이유 없이 휘청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날인 19일 오전에도 상하이 증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오전 상하이 증시는 전날 대비 5.06% 급락한 3,558.38p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 보이는 매수세가 오후 내내 이어지면서 이날 장은 전날 대비 1.23% 오른 3,794.11p로 마무리됐습니다.

중국 증시가 잠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위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서 보유 금액이 1,000만 위안(약 18억4천만 원) 이상인 투자자들이 지난 6월 7만6천 명이었던 반면 7월에는 무려 28%가 줄어 5만5천 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형 자본의 중국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엑소더스(대탈출)’는 중국 증시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지 않고, 국가의 통제와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받아 투자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지난 이틀간 벌어진 ‘롤러코스터 차이나 시즌2’로 인해 아시아 증시 또한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19일,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16.88p 하락한 1,939.38에 장을 마감했으며, 코스닥은 전날에 비해 4.18% 떨어지며 670.55로 마감했습니다. 일본 닛케이평균 주가 또한 1.61% 하락한 20,222.63에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 또한 2% 가까운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Out of Control, 중국 증시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집니다. 지난 11일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평가 절하한 이후 중국 증시에는 암운이 드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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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전거래일보다 8.49% 떨어지며 8년 만의 최대 낙폭을 보였는데요. 아직 내려갈 곳이 남았는지 25일에도 내림세를 기록했습니다. 25일 상하이 지수는 7.63% 떨어져 3,000선 아래로 내려갔는데요. 작년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며,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19일 이후 나흘 동안 전체 지수의 22%가 빠진 셈입니다.

​연이은 폭락장이 계속되자 중국 정부는 인민은행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 외에 금융 시장 개입을 통한 적극적인 안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자 시장 불안은 또다시 커졌고, 이것이 또 다른 폭락을 불러왔습니다. 지난 14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증시 부양을 위한 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이 시장 개입에 나선다 하더라도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중국 증시 폭락이 세계적인 금융 시장 불안을 초래해 전 세계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어, 중국 정부라 하더라도 대세적인 하락 흐름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 중국 시장에 등 돌린 투자자들이 돌아갈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재 시장참가들은 (정부에 대한)신뢰와 판매에서 패닉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투매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그 어떠한 대책을 내놔도 시장에 먹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웨이웨이, 화시증권 애널리스트

​이번 중국 증시 대폭락 또한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아시아 신흥국 국가들은 주가 하락, 통화 가치 하락 등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중국 성장이 둔화되고, 증시까지 박살 나자 대 중국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이것이 신흥국 실물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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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자 했던 미국 또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중국발 위안화 평가 절하와 주가 하락이 금융 시장을 뒤흔들면서 미국 내 경제 지표들이 뒷걸음질 칠 위기에 놓였는데요. 제럴드 오드리스콜 전 댈러스 연방은행 부총재는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최근 금융시장 위축은 연준의 금리 인상을 가로막을 것이다. 금리 인상 근거로 제시되는 고용시장 지표도 다소 왜곡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 조기 마감, 사상 초유의 사태

1월 4일 새해 첫 거래일, 중국 증시는 역대급 쓰나미를 겪었습니다. 오전장부터 폭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던 CSI300지수가 오후장 시작과 함께 5% 급락세를 보이며 급기야 서킷 브레이커를 작동시킨 겁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CSI300지수가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는 순간 발동되어 15분 동안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로, 상하이증시에 4일 처음 도입된 시장 안전장치입니다. 15분의 휴식 후, 거래를 재개한 증시는 5분만에 또 다시 다시 7%나 떨어졌습니다.

시장을 제어하는 데 실패한 중국 금융 당국은 종일 거래 중단 규정에 따라 장을 조기 마감하면서 이날의 소동을 서둘러 마무리했는데요. 이 때 시각이 오후 1시 34분. 오후장 개장 34분만입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6.85% 급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으며 새해 첫 월요일을 '블랙 먼데이'로 마무리 했습니다. 시장 조기마감이라는 조치는 상하이 종합주가지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16 01 05    5.35.31 finance.yahoo.com
2016년 1월 4일 상하이증시 주가 변동 추이

이번 증시 폭락은 구조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 모두에서 비롯됐습니다.

먼저 중국의 12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잇따라 실망스런 결과를 냈다는 것이 가장 큰 구조적 요인입니다.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작년 12월 중국의 제조업 PMI가 49.7 수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보통 PMI가 50보다 작으면 해당 국가의 경기가 위축됐다고 평가합니다.

게다가 어제,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마르키트이코노믹스>와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의 12월 PMI를 48.2로 낮춰 발표하며 시장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새해 전후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6.3%~6.7%로 집계되는 등 중국 금융시장 내 불신이 팽배하던 차였습니다.

환율문제 역시 또 다른 구조적 요인입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1달러당 위안 기준 환율을 6.5032위안으로 고시했습니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충분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 예측도 불안하고, 선행지수도 안좋게 나오는 마당에 환율마저 비싸지니 중국 당국이 어떤 액션을 취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결국 당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은 증시 투자자들에 대한 매도세를 부추겼고, 그 결과가 이 날의 증시 폭락을 불러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단절 소식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추락만을 거듭하던 국제유가는 그나마 예측 가능하단 점에서 안정적 요소였습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갈등을 빚으면서 중동정세 불안과 함께 원유 공급 우려가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4일, 이같은 우려에 힘입어 결국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은 장중 한 때 3.5%나 오르는 등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서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우울한 중국 증시는 또 다른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증시 급락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 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 또한 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상하이증시는 80% 이상이 개미투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지난 8월 말에 한 번 크게 데여본 기억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서킷 브레이커'라는 뭔가 알 수 없는 것에 겁 먹고는 가진 물량을 죄다 던져버렸을 것이란 해석이 뒤따릅니다. 시장의 숨고르기를 위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오히려 15분 동안 시장의 불안을 극도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이날 상해종합의 폭락 소식은 전세계 증시를 전부 집어삼켰습니다. 먼저 가까운 아시아의 경우,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3.06% 떨어진 상태로 마감했으며 홍콩 항셍 지수 역시 2.68% 떨어졌고 우리 코스피 지수도 2.17% 떨어졌습니다. 유럽 역시 중국발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역시 각각 2.39%, 2.47%, 4.28%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미국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1.58%, 2% 급락했는데요. 특히 다우 지수의 경우 1932년 이후 새해 첫 거래일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고 합니다.

서킷 브레이커 덕분에 중국의 혼란이 1시 34분에 멈췄다는 데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까요? 어쨌든, 중국 증시의 새해 첫 월요일은 최악이었습니다. 과연 이같은 불안정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중국 당국은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등이 남아있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번엔 29분, 중국 증시 또 조기 종료

또 멈춰선 중국 증시. 이번엔 29분만입니다. 1월 7일 중국 증시 개장 13분 만인 오전 9시 43분, 순식간에 5.38%나 급락한 CSI300 지수로 인해 1차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로 인한 15분의 휴식기가 지나고 단 1분만에 CSI300지수는 7.21%까지 빠지게 됩니다. 결국 총 29분만에 중국 증시는 장을 조기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7.32% 하락한 3115.89에서 거래중지됐습니다.

이날 주가폭락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됩니다. 하나는 위안화 환율인데요,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51% 올린 달러 당 6.5646 위안으로 고시하면서 8일 연속 환율을 절하했다는 사실이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0.51%는 최근들어 가장 큰 절하폭이었으며, 환율 자체도 지난 2011년 3월 18일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외국인 자본 유출을 우려해 투매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입니다. 전날 수소폭탄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영향으로 중국까지 지정학적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는 얘긴데요.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미일공조를 부추길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도 한층 키울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중국에겐 큰 부담입니다. 더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꾸준히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강경한 방침을 이어온 만큼, 북한의 예고 없는 핵실험은 중국의 동북아 영향력에 스크래치를 가하는 요소가 됩니다.

게다가 종전까지 지적된 문제점들은 하나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국의 구조적 저성장을 의심하는 시각은 줄지 않고 있으며, 사우디-이란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환율 리스크는 보셨다시피 보다 심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4일 한 차례 일었던 1차 서킷 브레이커 사태는 중국 증시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에 시장의 안정을 위해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의 실효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현재 CSI 300을 기준으로 5% 급변하면 1차 발동돼 15분간 거래를 중단시키며 7% 이상 급변할 경우엔 2차 발동돼 그날의 거래를 전면 중단케 하는 제도입니다. 이것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위협만 된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이 기준을 보다 완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킷 브레이커 발동 단계가 3단계로 나뉘어 있으며 그 기준도 각각 8%, 15%, 20%로 중국보다 훨씬 폭넓습니다. 중국 당국 역시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손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 4일 장 조기 종료를 한 차례 겪은 이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는데요. 7일의 2차 조기 종료로 그 시기가 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단계를 늘리거나 발동 간격을 더 벌리는 방식의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성공적인 신창타이(新常態)를 이뤄내기 위해선 안정적 금융 시스템을 갖추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중국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R.I.P... 서킷 브레이커 '잠정 중단'

지난 7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결국 시장안정을 위해 8일부터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잠정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날 덩거(邓舸)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도입의 주요 목적은 시장에 냉각기를 줌으로써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자고 중소 투자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는데 바라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 단계에 가까워지면 투자자들이 미리 서둘러 팔아치우려는 자기흡입 효과만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했던 중국 3대 거래소(상하이 증권거래소, 선전 증권거래소와 금융선물거래소)는 8일부터 서킷 브레이커 관련 규정을 전면 중단하게 됐습니다.

서킷 브레이커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홍콩 투자회사인 리오리엔트그룹의 브렛 맥고네걸 최고경영자(CEO)는 "거래 중단을 위한 변동폭이 15%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며, 올드 뮤추얼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주식 담당 대표도 "당국이 서킷 브레이커를 재시행하기 원한다면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를 창시한 니콜라스 브래디 전 미국 재무장관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브래디 전 장관은 “등락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미국의 예를 들었는데요. 1987년 서킷 브레이커를 처음으로 도입한 미국 증시 역시, 그해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주가 급락으로 인한 조기 폐장하는 사태를 맞은 바 있습니다. 당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하락폭은 554포인트, 하락률은 7.2%였습니다.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률과 유사한 수치죠. 이후 미 당국은 다우지수가 10% 이상 떨어지면 1시간, 20% 이상 하락하면 두 시간 주식거래를 중지시켰다가 30%까지 하락하면 당일 거래를 완전히 중단시키는 형태로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China circuit1 FT.com

출범 4일만의 철회, 중국의 자존심은 이만저만 구겨진 게 아닙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잠정적 종말을 맞은 중국 서킷 브레이커에 대한 추도문을 내보냈는데요, 대충 만든 묘비 사진도 함께 내걸었습니다.

묘비엔 "당신은 15분간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것도 두번씩이나"라는 비문이 쓰였습니다.

이 추도문은 사실 중국을 놀리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RIP China circuit breaker: Jan 4-7, 2016'란 제목을 단 이 추도문을 쓴 건 패트릭 맥기 파이낸셜타임스 홍콩 특파원입니다.

"(15분동안 주가를 진정시키려던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 시장은 당신을 또 다시 불러냈고, 모두를 집에 돌려보냈죠. 당신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낙천주의'일 겁니다(causing you to come in again and send everyone home. But what was your crime? Optimism)"라는 부분이나, "당신은 월요일에 세상에 나왔고 목요일에 떠나갔습니다. 단 4일 동안 두번이나 시장을 멈추게 했지요(You came into this world on Monday; you were gone by Thursday. But in just four sessions you shut down the market twice)"라며 서킷 브레이커의 초라한 업적을 비꼬는 모습에 애도의 뜻이 담겼다고 보긴 힘들죠.

비교적 쉽게 조기 폐장을 결정짓는 지금의 중국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시장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말았다는 평가는 그야말로 반박불가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증시 폭락의 원인을 온전히 서킷 브레이커 제도에서만 찾을 순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완전히 폐지한 게 아니라 잠정적으로 중단한만큼, 조만간 서킷 브레이커는 손질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서킷 브레이커가 '주식시장 안전장치'라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